초등학교 미술 시간에 한번쯤은 해봣던 크레파스 스크래치. 여러가지 색의 크레파스를 덧칠하고 입혀 마지막은 검은색으로 덮었다가 긁어내면 여러색들이 한번에 드러나 묘한 아름다움을 만들어 내는 방식이었다.
이 스크래치를 예쁘게 하려면 검은색으로 덮기 전에 여러가지 색을 잘 덧칠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여간 귀찮은게 아니었다. 손과 옷에 묻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꼼꼼하게 칠하는것 역시 어린 나이에 귀찮음이었다. 하지만 다 만들어진 결과물을 보면 과정에 따라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뜬금없는 크레파스 스크래치 이야기지만, 문득 그것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우리가 살며 웃고 울고 또 사랑하는 그 모습들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들어 감에 따라 감정이 무뎌진다고 하는 말이 마치 많은 색으로 덧칠하고 상처 받지 않기 위해 검은색으로 덧칠해 버리는 것과 닮았고, 나는 이제 아무렇지 않아 라고 말하며 웃고, 울고 사랑하는 것들은 검은색 아래 감추어진 아름다운 색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색을 꼼꼼하게 덧칠해 나가는 과정을 잘 마쳐야 마지막에 스크래치를 했을때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나가는 것 처럼, 많이 웃고 울었던 그 시간들을 마냥 스쳐 보낸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그런 과정속에서 지금의 우리는 만들어 졌고, 또 그렇게 만들어진 우리는 또 다시 사랑하며 오묘하게 아름다운 스크래치를 만들어 내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