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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Sep 06. 2020

두 번째 스무 살 더하기 하나

어쩌다 보니 세월이 흘러 두 번째 스무 살이 돌아왔다.


스물에 한번, 마흔에 한번. 그리고 한살 더.


얼마 전 문득, 나는 지극히 그대로인데, 여전히 꿈을 갈망하고 무언갈 하고 싶고 이루고 싶고 좋아하는 사람을 보면 설레고, 여기저기 다니고 싶은 마음 그대로인 그냥 나인데 몸에 갇혀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은 청춘이건만 세월과 시간을 고스란히 담은 몸에 갇혀버렸구나... 하고.


몸을 따라가자니 마음이 젊고 마음을 따라가자니 피로함이 앞을 가로막는다.


그렇게 받아들여지는 걸까.


두 번의 스물을 거치다 보니 제법 익숙해지고 능숙 해진 것들이 생긴다. 감정 변화에 무뎌진다던가 감동이 적어진다던가 그리 놀라지 않는다던가 이것저것 시시해진다던가 유행에 굳이 따라갈 필요가 없음을 인정하게 된다던가 타인의 눈을 의식하지 않게 된다던가 하는 것들..


아마 스무 살로 다시 돌아간다면 어떻게 살고 싶어?라는 질문에 하고 싶지 않은 것들을 하지 않을 순 있을 것 같은데 하고 싶은 일을 도전하게 될지는 의문이다. 좋아하는 것들이 선명해지고는 있지만 어떤 인생을 살고 싶으냐고 물어본다면 여전히 희미한 무언가가 가로막혀 있어서 할 수 만 있다면 누군가가 그 막을 걷어주고 말을 걸어주면 좋으련만.


많은 것들이 여전히 두렵다.


어른이 되어버렸는데 어른이라서 어쩔줄을 모르겠다.


정말 스물이라면.. 많은 것들이 조금은 더 쉬웠을까. 조금 더 도전하고 부딪히고 다치고 깨졌을까.. 체력도 따라주었을까.. 그 젊고 예쁘던 스무살의 날들을 술마시고 노는데 다 써버렸다. 더 많이 읽고 느끼고 고민하는 삶을 살았다면 지금의 두번째 스물 더하기 한살에는 무언가 달라졌을까.


세번째 스무살에 그러겠지. 두번째 스무살에라도 시간을 잘 보낼껄, 이런글을 써 놓고 그냥 또 보냈네라고 하겠지.


문득 버나드 쇼의 묘비명이 떠오른다.


우물 쭈물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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