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살아있음에 대하여
이따금 나무를 보러 간다. 뿌리와 밑동에서 이어지는 몸통, 단란한 가지와 잎사귀들. 그 공동체는 푸르고 말갛다. 그대로 고요하다. 얼핏 나무의 세계는 공고한 듯 보인다. 힘껏 흙을 움켜쥔 뿌리가 전부인 양 싶다. 그러나 작은 바람에 휘는 가지와 쉼 없이 떠는 이파리를 우리는 보지 못한다. 밤낮 견뎌야 할 추위와 눈비를 모른다.
공원에 앉아 크고 작은 나무를 바라본다. 시선은 낮은 곳에서 시작해 꼭대기에 멈춘다. 땅을 딛고 살아야 할 모두에게 흔들림은 높은 곳에 있다. 그것은 집을 나서는 단호한 얼굴이 아닌 어둑해질 즈음 내밀한 그곳에 있다. 다행히 나무의 정상과 사람의 얼굴도 요동치는 세계와 같아서 멈추지 않는 것은 곧 살아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늘 소용없는 곳으로 향하는 다짐은 오늘도 내일도 흔들리지 않길 바랄 뿐이다. 그러다 한 번씩은 공원으로 나무를 찾아가는 것이다. 몇 해를 살았는지 모를 그들 앞에선 나도 작은 나무가 되어 마음을 내려놓게 된다. 오직 내게만 비가 퍼붓는 것 같은 날이면 그 곁에 한참을 있다 돌아온다. 오는 길에 저만치 세상은 달아나 있지만, 전만큼 외롭지 않은 기분. 그리고 다시 마음을 챙겨 든다. 조용한 위로의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