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
우리는 시를 잘 안 읽는다. 평소 시를 즐겨 읽는 사람도 물론 있겠지만, 다른 분야에 비하면 시라는 장르는 비인기 종목이다. 오죽하면 경제경영 서적은 판매량이 연간 10% 가까이 떨어졌는데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상당하고, 최근 이례적으로 많이 팔리고 있다는 시집은 여전히 작은 시장에 불과하니 말이다. 왜 그럴까. 우리는 정말 시를 안 좋아할까? 책 자체를 많이 읽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고 하지만, 그중에도 시를 생경하게 느끼는 이유는 ‘어렵다’고 느끼기 때문인 것 같다. 교과서에서 다루었던 시어 하나에 함축된 의미와 시인의 의도, 심상... 그리고 문제의 정답과 일치하지 않던 감상들. 원래 시에 애정이 남달랐던 나는 오히려 그것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더 멀어져 버렸다. 내 것이 아니라 느꼈고, 그 점은 안타깝고 아쉽다. 어느 때보다 감수성이 풍부하던 시절, 만나기 가장 좋은 때에 오히려 헤어졌다는 게.
꼭 심오한 뜻을 알아내고 공부할 필요가 없는데도, 여전히 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시집을 집으려다 말 때가 있다. 그 진지해야 할 것 같은 애티튜드가 혼자 어색해서. 사실 시는 이야기를 짧고 간결하게 담아낸 글이다. 반주가 없어도 노래가 될 수 있는 리듬감 있는 글귀. 단 몇 글자만으로 누군가의 깊은 곳에 가 닿을 수 있는 시는 힘이 있다. 최근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 새삼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문득 시에 눈길이 간다. 다시 좋아했던 그때로 돌아갈 수 있을까. 한동안 잊고지냈던 시집을 다시 펼쳐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