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지 않는 시야에 서 있는 귀향의 끝,
평범하게 말없이 살자고 약속했던 그대여,
끝없는 추락까지 그리워하며 잠들던 그대여,
나도 안다, 우리는 아직 여행을 끝내지 않았다.
내가 찾던 평생의 길고 수척한 행복을 우연히
넓게 퍼진 수억의 낙화 속에서 찾았을 뿐이다.
-마종기, '북해의 억새' 중
누군가의 마음이 미치도록 궁금한 때가 있었지. 그의 입과 눈에선 새어 나오지 않는 그러나 알고 싶은 마음의 말들을 읽어내려고 골몰하던. 왜 사람들은 그 마음에 담긴 소리로 이야기하지 않을까 야속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나 역시도 솔직하지 못하고. 얼마 전 A와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길을 걸으면서 다른 사람의 생각을 모두 알 수 있다면 어떨 것 같냐는 물음에 조금 귀엽다고 생각했어. 그리고 아주 예전 그 후로 한동안 그런 생각을 하지 않고 살았구나, 싶었지. 나는 아니라고 대답했어. 어느새 타인의 마음에 대한 물음표가 사라진 이유도 떠올랐지만, 꺼내지 않고 대화는 어떤 다른 쪽으로 흘러갔어. 누군가의 마음을 안다는 건 그렇지 못한 것보다 더 힘든 일일 것 같아. 나 또한 다 드러내지 못하는 그것을 누군가 안다는 것도. 어쩌면 마음은 공기와 맞닿는 순간 수천 배쯤 쪼그라들어버리는 물질로 이루어져 있는 건 아닐까. 말로, 글로, 행동과 어떠한 표현 방식으로도 대체되지 못할.
한줄 한줄 시인의 마음을 짐작하기위해 한참 그의 억새밭에 머무르며 이런 저런 생각을 했다. 시인의 위대함은 그 본질을 모두가 알기 어려울텐데도, 자신의 마음을 힘껏 드러내 보이는 용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 시가 씨앗이 되어 누군가의 마음에 다시 자리를 잡고 전혀 다른 색의 꽃을 피웠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