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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 young Jul 19. 2018

52. 캠핑의 꽃

엄마와 딸이 함께 한 유럽 감성 여행

우리가 계획한 북쪽의 정점을 찍었으니 이제 아쉽지만 남쪽으로 기수를 돌려야 할 시간이 되었다.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 (Oslo)까지 우리 앞에 펼쳐진 길은 올라올 때와는 사뭇 다르게 큰 장애물이 보이지 않는, 조금은 편안해 보이는 여정을 앞두고 있었다. 흔치는 않지만, 인생에서도 가끔은 신나게 직선 도로를 달릴 때가 있는 것이고 여행 또한 마찬가지여서, 우리 앞에 놓인 그 길이 그래서 고맙고 홀가분하게 느껴졌다.


그 첫 번째 기착지는 올레순에서 일단 동쪽으로 달려서 다다른 트롤스티겐 (Trollstigen) 국립공원의 끝자락에 위치한 캠핑 장 (Trollveggen Camping)이다. 웅장한 트롤스티겐의 봉우리들에 감싸여 마치 산 중의 깊은 요새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곳이다. 이 곳에서 우리는 여행 중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화려한 바비큐 파티를 계획했다. 바비큐 도구도 갖추지 않았고, 또 고기를 그렇게 즐기는 편도 아니지만, 그래도 이렇게 멋진 자연 속에서 "캠핑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바비큐를 그대로 포기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사실은, 그동안 캠핑 장에 묵을 때마다 숯불에 고기를 구우며 즐겁게 식사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좀 부럽기도 했다. 남의 집 고기 파티를 군침만 흘리며 곁 눈으로 바라보던 딸과 나는 왠지 불쌍해 보이는 서로의 모습을 바라보며 둘만이 아는 웃음을 흘리곤 했다. 그리고 이제 여유로움 속에 우리에게도 그 기회가 온 것이다.

캠핑 장에서 사용하게 해 준 그릴에 딸은 자신 있게 숯 불을 지피고, 준비해 간 고기를 척척 올려 구우며 우리도 보란 듯이 파티를 즐겼다. 하지만 ‘보란 듯이’는 아닌 것이, 그 날 그 넓은 캠핑 장엔 우리뿐이었으니 우리를 보며 부러워할 배고픈 영혼은 없었던 셈이다.  


동계 올림픽 개최지로 기억되는 릴레함메르 (Lillehammer)를 거쳐 다다른 곳은 오슬로 근처의 한적한 마을 스키 (ski)라는 곳이다. 오슬로 시내에서 숙소를 구하지 못해 딸이 온라인 민박 사이트를 뒤져 찾아낸 곳이었는데, 여기서 단 30유로에 아름다운 저택에서의 하룻밤을 지내게 된다.

집주인 엘리바 (Eliva)는 미국 여성으로 약혼자와 함께 이 곳에서 수 년째 살고 있는데, 차분하면서도 밝은 미소가 한눈에 호감을 주는 그런 사람이다. 집의 여유 공간을 세상 사람들과 나눈다는 ‘온라인 민박 사이트’ 원래의 취지에 공감하고 그대로 실천하기 위해 청소와 세탁 비용 정도만 받고 있다고 했다.


모든 가치가 돈의 액수로 평가되고, 모든 자산이 돈벌이의 대상으로 여겨지는 세상에서, 새삼 소중한 나눔의 미학을 다시 떠올려 보게 되는 시간이다.  




보는 사람 없어도 보란 듯이 열린 우리만의 바비큐 파티
트롤스티겐의 위용을 뽐내는 봉우리들
깊은 산 중의 드넓은 요새를 점령하다!
온전히 우리 차지가 된 지구 반대 편의 아름다운 집
엘리바가 정성껏 가꾸는 정원에서 딸과 정답게 담소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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