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친구는 '작가님'이라고 불러줬고, 내심 기뻤다
<컨셉진>이라는 잡지사에서 하루 한 가지 질문에 답하는 셀프 인터뷰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작년 연말 우연히 이에 대한 광고를 보고 올해 1월 인터뷰에 덜컥 접수했다. 매월 진행되는 콘셉트인지라 한 달이면 족할 줄 알았는데,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만족도가 높아 2월까지 연장했다. 그렇게 두 달간 '매일같이' 답변을 한 내 인터뷰집이 드디어 도착했다.
책의 형태를 띤 무엇에 내 이름 석자가 박힌 걸 보고 울컥했다. 기뻐서 SNS에 소식을 올렸더니 친구들이 "작가님"이라며 더 즐겁게 응원해줬다. 잠시나마 진짜 작가가 된 느낌이었다.
어릴 때부터 막연하게 작가가 되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다. 늘 글 짓고 한글 조합하는 일로 생계를 이어왔지만 작가는 될 수 없었다. 크면서 보니 나는 생각만큼 상상력이 풍부하지도 않고, 끈기도 없고, 대가 없는 노동을 마주할 환경을 갖지도 못했다. 이래저래 남을 위한 글을 쓰고, 카피를 쓰며 살아왔으니 내 글은 남지 않았다. 언젠가는 내 이름 박힌 책 한 권 쓰리라 항상 꿈을 꿨지만, 꿈은 이루지 못하니 꿈 아닌가.
꿈만 꾸던 것이었으므로, 받아 든 인터뷰집은 그토록 감동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그것을 감히 '책'이라 부르지 못하고 책 형상의 어떤 것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다. 나는 작가가 된 것처럼 느꼈지만 작가는 아니었다. 내 기획도 아니고, 출판사도 없다. 그저 쓴 글을 책의 형태로 묶어 내 이름을 썼을 뿐이었다.
퇴근 후, 막막한 세상에 신세타령이나 했을 시간에 지금처럼 순간의 감흥을 기록하도록 자극했던 건 어쨌든 그 인터뷰 효과였다. 나에게 내가 무엇을 꿈꾸는지, 좋아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 묻는 순간과 그 기록의 경험이 나를 다시 책상 앞으로 불러들였다.
문학의 클래식을 공부한 꼰대로서 나는 아직도 작가의 권위와 완벽주의를 믿는다. 그래서 나는 작가는 아니다. 다만 '아직'은 아니다,라고 '감히' 쓰고 싶다. 오늘도 이렇게 글을 쓰고 있으니 언젠가는 꿈이 현실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