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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서민서패밀리 Feb 26. 2024

무한 스크롤



아자 래스킨 Aza Raskin 이라는 기술자가 실리콘밸리에 있었다. 그는 인간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한 가지 발명을 했다. 바로 ‘무한 스크롤’이다.


무한 스크롤은 우리가 인터넷 또는 어플을 사용할 때 문서의 맨 밑에 도착한 후에도 다음 내용이 자동으로 다운로드되어 마치 하나의 문서가 계속 이어지는 듯한 느낌을 주는 스크롤 방식을 의미한다. 문서의 끝을 보지 못하고 무한히 스크롤이 지속된다고 하여 무한 스크롤로 불리고 있다.


과거 넷스케이프, 익스플로러 초기에 인터넷은 한 페이지의 맨 밑에 도착하면 다음 페이지 버튼을 클릭해야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지금으로서는 믿기지 않겠지만 진짜 그랬다. 당시로는 좀 불편하긴 했지만, 반대로 어쩌면 유저에게 잠시나마 더 읽을지 말지를 고민할 시간을 주는 긍정적 효과도 있었다. 적어도 지금처럼 아무 생각 없이 스크롤을 내리지는 않을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무한 스크롤의 발명으로 우리는 아무런 생각 없이 스크롤을 내려 원하든 원치않든 계속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게 되었다. 유튜브를 예로 들면, 무한 스크롤은 우리가 원하는 혹은 관심있는 영상이 나올 때까지 계속 스크롤을 내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아마도 유튜브 알고리즘은 우리 생이 다할 때까지 계속해서 영상을 추천해줄 것이다.


페이스북도 우리가 원하는 내용이 나올 때까지, 혹은 친구들의 최근 소식을 우리가 모두 확인할 때까지 무한정 스크롤을 내리게 만들 것이다. 인스타그램도 틱톡도 모두 같은 원리로 우리에게 랜덤의 정보를 제공하고 시간을 소모하게 만들어져 있다.


이것을 발명한 아자 래스킨은 처음에는 이러한 발명이 기술의 진보를 이끌어 모두의 삶을 더 손쉽게 만들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자신의 발명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시간이 낭비하고 있는 것을 목격하고 좌절했다고 한다. 무한 스크롤로 날려버리는 무한의 시간들을 가족과 함께하거나 사회적 유대감을 강화하는데 썼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에서 말이다.


위 내용은 최근에 읽은 <도둑맞은 집중력>에 나오는 내용을 참고하여 작성한 것이다. 어제 내가 유튜브를 사용한 시간을 스크린타임 어플로 확인해 보니 53분이었다. 무한 스크롤이 없었다면 나는 그렇게 많은 시간을 유튜브에 사용하지 않았을 테고 그 절반인 26분을 아꼈으면 둘째 아이에게 아마도 5~6권의 책을 읽어줄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자율통제가 어려운 세상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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