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체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라.
경영서적에 나올만한 내용인데, 요즘은 여기저기서 많이 들린다. 아이들 교육에서도, 회사 면접에서도, 정부 정책에서도, 심지어 스포츠 경기에서도 나온다. 과연 입체적 사고란 무엇일까.
입체적 사고를 알기 위해서는 차원에 따른 설명이 우선 필요하다. 입체를 3차원까지로 나눈다면 0에서부터 3까지 단계가 있을 것이다.
먼저, 점이다. 0차원이다. 백지에 점을 하나 찍는 거다. 그 점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사고의 영역에서 본다면 딱 하나의 생각에 머무는 제일 낮은 차원의 사고이다.
다음으로, 선이다. 1차원이다. 점들이 모여 선이 되는 것이다. 이걸 사고의 영역으로 보면 단선적 사고가 된다. 인과관계로 따지면 원인과 결과가 딱 하나인 상황이다. 단순하다.
그다음으로, 면이다. 2차원이다. 선이 3개 이상 모여야 한다. 삼각형, 사각형, 오각형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입체는 아니다. 사고의 영역으로 보면 단편적 사고가 된다. 여러 원인과 결과를 알고는 있지만 차원을 달리하지는 못한다. 경제만 생각하거나 행정만 생각하거나 법만 생각하거나 하는 식이다. 자기 분야에 갇혀 있는 사고를 2차원적 사고, 단편적인 사고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입체이다. 드디어 3차원이다. 면이 모여 입체를 만든다. 정사면체, 정육면체 등이 그것이다. 사고의 영역으로 보면 입체적 사고가 된다. 여러 원인과 결과를 알고 있고, 차원을 넘나드는 분석도 가능하다. 하나의 문제에 대해 행정, 사법, 입법, 경제, 문화, 외교 측면에서 고루 생각을 해내는 것이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설악산에 산불이 났다고 가정하자.
0차원적 사고는 설악산에 산불이 났다. 끝이다.
1차원적 사고는 누가 불을 질렀을 것이다. 끝이다.
2차원적 사고는 원인은 자연 발화, 인위적 발화 등이 있을 수 있고 확산 범위에 따라 인명 피해 또는 재산상 피해가 예상된다. 이 정도다.
3차원적 사고는 이렇다.
행정적으로 봤을 때 원인은 산림 예방 활동 역량 약화, 화재 위험 안내 부족, 자연 발화 위험성 제거 미비 등이 있을 것이며, 그 결과 설악산 내 인명 및 재산상 피해 예상되며 확산 시 인근 지역 피해도 우려된다.
입법적으로 봤을 때 원인은 산림 화재 예방 입법 미비, 관련 시행령 내용 공백, 규제 부족 등이며, 그 결과 사후 대처 및 보상에 있어서도 규율 공백이 예상된다.
문화적으로 봤을 때 (백담사까지 화재가 미쳤을 경우) 원인은 대응 매뉴얼 부족, 방염/내화 어려움 등이고, 그 결과 문화재 훼손, 유적지 폐쇄 등이 예상된다.
이것만 봐도 왜 사회의 많은 영역에서 입체적 사고를 강조하는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하나 더 예를 들어보자.
회사면접을 본다고 하자. 질문은 "우리 회사에 입사하려는 이유가 뭔가"이다.
0차원적 사고는 그냥 입사하고 싶다. 끝이다.
1차원적 사고는 회사 비전 및 미래가 마음에 들어서 입사하고 싶다. 끝이다.
2차원적 사고는 국가와 산업 발전에 이바지하는 회사 비전이 마음에 들었고 인재를 선발하고 능력을 키우는 데 진심인 회사의 경영방침이 긍정적으로 다가왔다. 열심히 노력하여 회사 비전을 달성하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어 회사에 지원하게 되었다. 이 정도면 충분해 보일 수도 있다.
3차원적 사고는 이렇다.
현재 반도체 시장은 포화상태로 가고 있다. 회사가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40%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과거 대비 많이 떨어진 추세이고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업계 1위와의 격차가 여전히 크다. 하지만 반도체는 단순히 하나의 사업영역이 아닌 대한민국의 주력산업이자 우리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또한 반도체 패권은 미국과 중국이 연계된 외교문제이기도 하다. 덧붙여 회사의 성쇠는 국민의 민생과도 연결되어 있다.
이와 관련해서 회사가 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다. 관련 파운드리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강드라이브를 걸고 있고, 대형 글로벌 팹리스가 위치한 미국 현지 반도체 공장 확대와 기술적으로 앞서고 있는 3 나노 반도체의 수율을 개선하려는 노력도 눈에 띈다.
개인적으로 전자 관련 학위를 가지고 있으며 반도체 관련 연구보고서와 논문도 여러 개를 작성하였다. 누구보다도 한국 반도체의 미래를 밝게 보고 있으며 관련 역량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자부한다. 반도체를 통해 회사와 나라의 발전에 더해 개인의 발전을 하고 싶어 지원하게 되었다.
꽤 단순한 논리이지만, 회사면접에서 왜 입체적 사고가 중요한지 아는 데에는 도움이 될 것이다.
점에서 선으로, 그리고 평면에서 입체로 우리는 사고를 진화시켜 나가야 한다. 인간이 태어나 유아기에는 0차원적 사고에 머무르게 된다. 그러다 아동기에는 1차원적 사고, 더 커서 학령기에 접어들면 대부분 2차원적 사고를 하게 된다. 여기까지는 크게 다르지 않다.
문제는 청소년기 혹은 성인기다. 이때 3차원적(입체적) 사고를 하느냐는 전적으로 개인의 노력에 달려있다. 평면적 사고까지는 정규교육을 받으면 대부분 도달할 수 있지만 입체적 사고는 또 다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하나의 의견에만 머무르거나 하나의 전문성 혹은 한 가지 시야에 갇혀 지내는 것에 익숙해져 살고 있다. 하지만 다각적인 관점에서 입체적으로 다양한 방향에서 사고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노력을 필요로 한다.
삼성 이건희 회장은 입체적 사고를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입체적 사고는 다양한 사고와 많은 경험, 새로운 발상, 스스로 고민하는 과정에서 나온다. 불교에서 말하는 ‘깨친다’라는 개념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입체적 사고가 무엇인지 아는 것과 동시에 내가 어떤 노력을 통해 입체적 사고에 도달할 수 있을지 “깨칠”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