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경영철학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준서민서패밀리 Apr 15. 2024

강을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때

https://wall.alphacoders.com/big.php?i=711667



어느 날 마을 사람들이 강가에 있다가 시체 한 구가 떠내려오는 것을 목격합니다. 그들은 시체를 건져서 장례를 치러줍니다.


그런데 다음 날에도 시체 두 구가 떠내려옵니다. 사람들은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두 시체를 땅에 묻습니다.


한동안 똑같은 상황이 매일 벌어집니다. 매일 시체를 묻던 사람들이 마침내 이렇게 묻기 시작합니다. 


이 시체들은 어디에서 떠내려오는 걸까? 이 상황을 멈추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까?


그래서 그들은 그 답을 알아내려고 강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현대를 사는 우리들 역시 매일 살아간다. 주어진 일을 처리하면서 그렇게 살아간다. 묻거나 따지지도 않는다. 그게 시체 치우는 일이 될지언정 크게 개의치 않고 살아간다. 그냥 하는 것이다. 


가끔 선택의 길이 주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마저도 해오던 편한 길을 선택한다. 변화보다는 편안함을 선택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저 주어진 대로 살아가기를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깨진 유리창 broken window'이라는 이론이 있다. 1982년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이 내놓은 이론인데, 경범죄를 그냥 두면 규모가 큰 범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일반 시민들은 거리의 깨진 유리창을 그저 무심하게 지나갈 것이다. 그리고 그 일을 담당하고 있는 경찰관들 역시 처음에는 별 일 아니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것이다. 오늘은 하나가, 내일은 두 개가, 한 달이 지나면 동네 유리창의 절반 이상이 깨져 있는 상황을 목격하고 나서야 그들은 뭔가가 잘못되고 있음을 느끼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그제야 경찰들은 조사에 착수할 것이다. 왜 창문이 깨지는 거지? 우리 도시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하면서 말이다. 전술한 강가의 시체 예와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그런데 또 하나 생각해 볼 게 있다. 매일매일 떠내려오던 게 시체가 아니라 평범한 나뭇더미였다면 어땠을까. 평범한 나뭇더미였더라도 사람들은 굳이 강을 거슬러 올라가려고 생각했을까. 아마도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고 무시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만약 그 나뭇더미들이 강 상류 댐의 균열을 타고 흘러나온 거라면 어떨까. 그래서 그것이 댐의 붕괴를 예고하는 전조증상이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그들의 무시가 마을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는 원인이 되지 않았을까. 


세상에는 시체나 깨진 유리창처럼 확실히 부정적으로 볼 수 있는 명확한 신호도 있는 반면, 나뭇더미처럼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신호도 존재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더 큰 위험은 대비할 수 있는 명확한 신호가 아니라 그냥 무시하며 대비조차 하지 않을 평범한 신호이다. 


나 포함 대부분의 사람들은 큰 변화 없는 편안한 삶을 원한다. 평범한 신호들에 예민하게 반응하기에 우리의 에너지는 늘 부족하고 해내야 할 일은 언제나 많다. 그래서 명확히 부정적인 신호에도 신경을 기울이지 않는다. 


하지만 나를 둘러싼 환경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AI가 사람보다 더 인간적인 소설을 쓰고 더 창의적인 그림을 그리는 시대다. 산업도 변하고 정부도 변하고 직장 내 환경도 변한다. 오늘 내 곁을 지나는 정보들이 강을 흘러내려오는 시체인지 혹은 댐의 균열을 뚫고 내려온 평범한 나뭇더미인지 언제든 꼼꼼히 확인하고 의심하고 예민하게 반응할 필요가 있다. 


물론 항상 그럴 수는 없다. 우리의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가끔씩은 내 주위의 신호들에 귀를 기울여서 조금은 예민하게 반응할 필요가 있다. 현재 내가 해내는 방식이 언제나 최선일 수는 없다. 시간이 경과하면 그보다 더 나은 방법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반복적 노출이 호감도를 증가시킨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