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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흐니 Nov 03. 2023

아이들을 만날 때 나의 MBTI 유형은?

10문 10답 내 맘대로 쓰는 교육일지 프로젝트  - 첫 번 째 질문

  청소년 진로강사로서 아이들을 만나는 순간이란, 명백히 말하면 일하는 순간을 이야기한다. 나는 일을 하는 현장에서 어떤 모습일까? 곰곰이 생각해 봤을 때, 현재 나는 과도기에 있는 것 같다. 벌써 청소년 진로강의를 한 지 7~8년 되었고, 과거와는 사뭇 달라진 모습으로 아이들을 대한다. 당연히 일에 대한 생각도 많이 달라졌다. 내가 하는 일이 과거엔 내가 하는 많은 일 중 하나의 Activity에 불과했다면 지금은 '생업'이기에 대하는 태도도, 마음의 무게도 많이 다르다. 그러면서 현장에서의 내 모습도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 정正 - 과거의 나 'ENFP'이고 싶던 선생님


  과거 현장에서 나는 인기쟁이이고 싶고, 학생들과 허물없이 친해지는 ENFP 선생님이고 싶었다. 그래서 강의를 막 시작할 때는 교실에 들어서고, 아이들의 눈을 바라보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사실 나는 ENFP와 정반대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붙임성이 좋은 것도 아니고, 유머러스하지도 않다. 인기 많은 사람은 어때야 하는지도 사실 전혀 모른다. 그래도 어찌 되었건 강의 진행도 좋아야 하고, 발전도 해야겠는데 무엇보다 아이들이 나를 엄청 좋아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가장 컸다. 


  안타깝게도 나는 많은 사람과 함께 있으면 기가 빨리는 내향인이다. 교실에서 가면을 쓰고 발랄한 척을 하는 게 익숙해지려다 싶다가도 버거웠다. 에너지가 너무 고갈되어서 수업이 끝나면 2시간 기절해서 잠든 적이 많았다. 무엇보다 정말로 에너지가 좋은 강사들과 함께 일하다 보니 내가 아무리 영혼을 끌어모아도 발산할 수 없는 에너지가 있다는 것을 깨달으며 현타가 왔다. 내가 안 되는 걸 되게 하려다가 이도저도 안되고 힘만 드는구나...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려다 가랑이가 찢어지는 거다. 


  이 일을 그만두려고 수백 번 생각했었다. 내가 왜 못하는 일을 하고 있지? 안 되는 걸 되게 하려고 어리석은 힘을 쓰고 있지? 그런데 100명의 학생이 있으면 100개의 개성이 있든 선생님도 마찬가지이다. 에너지가 각각인 선생님, 교육의 철학이 각각인 선생님이 존재하는 것이고 그렇게 다양한 선생님이 곧 학생들에겐 다양한 세계가 될 수 있다. 이 신념 하나로... 또 그냥 아이들이 좋다는 생각 하나로 이 일을 그만두지 않게 되었고 나는 나의 모습 그대로 교실에 서고자 노력했다. 



- 반反 - 'ISTJ' 내 모습 그대로 교실에 서기


  내가 가진 에너지와 역량을 있는 그대로 수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노선을 바꿨다. 최대한의 에너지로 밝은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노력은 멈추지 않지만 다른 교실보다 더 왁자지껄 하지 않은 것에, 나의 드립에 아이들이 웃지 않는 것에 연연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아이들이 나에게 싸늘한 것은 절대 아니다 ㅎㅎ). 


  J다운 철저한 준비와 사례 그리고 안정감 있는 진행에 집중하기로 했다. 덕분에 시간 안에 수업을 진행하는 것에 도가 텄다. 수업시간에 꼭 전달해야 할 것과, 덜 강조하고 넘어가도 되는 것을 칼같이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다른 건 다 몰라도 되니까 이거 하나만큼은 기억하게 하자, 느끼게 하자라는 일념, 교육의 철학이 확고해진 것이다. '똑소리 나는 강사님'이 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너무 똑똑, 단단하면 부러지기도 하는 법. 전보다 아이들과의 관계에 많이 소홀해졌다. 머리로는 관계지향적이고 전인적인 교육이 메시지 전달에 부스터를 달아준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내가 더 비중 있게 힘써야 하는 것이 달라지다 보니 아이들의 표정과 감정은 알면서 외면하는 일이 잦아진 것이다. 인기쟁이 선생님을 포기한다고 아이들과의 관계, 한 명 한 명을 살피는 것도 포기해서는 안 됐는데 말이다. 


  내가 비즈니스적인 선생님이 되어 간다는 것은 은연중에 스스로 느끼고 있으면서 절실히 깨달은 것은 최근의 강사 미팅에서다. 같은 사업에 참여하는 강사들끼리 팀티칭을 하는 교육사업이었는데, 서로 칭찬하고 발전해야 할 부분을 피드백하는 시간이 있었다. 나의 파트너 강사분이 아이들과의 관계를 신경 쓰면 좋겠다고 말씀해 주셨다. 아이들의 호감을 사는 것에도 에너지를 쓰면 좋겠다는 말이었다. 그때 딱 깨달았다. '아 나는 아이들의 마음에 전혀 지금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다.' 


  똑소리 나는 선생님이어도 아이들과 마찰이 없지 않고, 그 마찰에 지극히 ISTJ적인, '목표지향'적인 방식으로 해결하려다 보니 아이들과의 관계는 오히려 서먹해졌다. 아이들의 호감을 사려고 했을 때만큼이나 나를 더 피곤하게 한다.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지 못하는 선생님을 아이들이 따르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 합合 -  그래서 앞으로는?


  하.. 어쩌면 좋을까 고민이 든다. 따뜻하면서 단호하고, 철저히 준비하고 진행하면서도 분위기까지 챙겨가려면 나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글을 쓰면서 내가 잘 집중해 왔던 것과 소홀했던 것을 확인하는 것을 다행으로 여기는 중이다. 완벽할 수는 없겠지만 지금 드는 생각은 앞으로도 쭉 나는 ISTJ 똑소리 강사님일 것이다. 하지만 내가 차가운 로봇도 AI가 아니라는 것, 따뜻한 심장이 있는 선생님이라는 것을 '표현'하는 것은 멈추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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