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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흐니 Nov 08. 2023

내가 학생들에게 자주 하는 말은?

10문 10답 내 맘대로 쓰는 교육일지 질문 3

"기업가정신은 '협동'이 중요해요."

자매품 '중요한 건 뭐다? 협동' '어느 팀 팀워크가 가장 좋은가~~~?' '배려하자!!' '존중 어디 갔어?'


  이런 말들을 강조하는 이유는 내가 지금까지 교육을 하고 현장에 있게 만들어 준 것은 결국 '팀'이라는 생각이 크기 때문이다. 내가 나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은 팀이다. 절대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일이지만 팀으로 하니까 해낸 일들이 많았다. 다른 사람이 내 성장의 발판이 되어준 것이고 그 경험들을 정말 귀중하게 생각하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나의 철학과는 반대로 아이들은 협동하는 활동을 어려워한다. 의견이 맞지 않는 친구와 원수지간이 되려고 하고, 놀면서 딴짓하는 친구는 아예 배제해 버린다. 엉뚱한 아이디어를 내는 친구에게도 역시 마찬가지다. 넌 못하는 애니까 빠지라는 말을 너무나도 쉽게 하고 만다. 서로 나쁜 말을 뱉고 나면 끝은 역시 싸움이다. 싸움을 중재하려고 가면 "얘가 먼저 그랬어요"라는 말만 듣고 온다. 누가 먼저 뭘 했는가가 중요한 게 아닌데 그걸 아이들이 알고 있을 리 없다. 아니 분명 알고는 있지만 누구에게든 지기 싫은 마음이 앞서는 거겠지. 

  

   '친구가 엉뚱한 말을 할 땐 빼버리겠다는 말보단, 주제에 맞는 이야기를 해보자고 타이르는 건 어떨까?'라고 한 명의 선생님이 모든 아이들을 케어하면서 전달하기는 쉽지 않다. 그저 메아리처럼 팀워크가 중요하다! 협동! 을 외치는 수밖에. 


  최근 한 수업에서는 그래도 좋은 사례가 나와서 크게 칭찬해 주며 협동을 강조한 적이 있다. 초등학생인데도 벌써 교실에서 꾸벅꾸벅 잘 조는 아이가 있었는데, 그 친구는 팀활동에서 배제되기 일쑤였고 그러다 보니 더 졸고, 수업에 잘 참여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느 날은 그림을 그려야 하는 활동이었는데 그 친구가 그림을 제법 잘 그리는 친구여서 팀 친구들이 그 친구에게 그림 그리는 것을 맡겼다는 것이다. 결과물을 보며 대견해하고 있었는데 졸았던 친구가 "제가 다~ 그렸어요!"라고 하는 것이다. 정말 정말 기쁘기도 하고, 사실 많이 놀랍기도 했다. 나도 모르게 그 조는 친구를 깨워야 하는 친구라고만 생각했던 것이다. 


  이런 팀의 상황을 모든 학급에서 공유했다. '너희가 배제하던 팀원이 사실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잘 알아줬으면 좋겠다. 팀원 한 명, 한 명이 팀에 있는 이유가 있고 해야 할 역할이 분명 있을 것이다. 매주 다양한 활동을 하게 될 테니 각자의 활약을 기대해 보자'라고 다독였다. 늘 떠들던 아이들이 이 이야기를 할 때만큼은 사뭇 진지해졌다. 여전히 싸우는 소리가 들리는 학급이지만, 처음 만났을 때보단 어쩐지 나아진 것 같기도 하다. 


  아이들도 팀으로 함께 하면서 친구의 소중함과 자랑스러움, 함께해서 기쁨이 배가 되는 경험을 하면 좋겠다는 마음이 크다. 또 내가 팀원, 팀을 소중하게 생각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고, 정말 많은 순간 팀으로 움직였지만 팀의 소중함, 팀원에게 감사함을 느낀 순간은 꽤나 최근이다. 부끄럽지만 대학생 때는 아니 그전에도 수도 없이 많이 실수했었다. 그래서 아이들이 싸우는 것도, 협동수업을 어려워하는 것도 십분 이해한다. 그래도 팀으로 활동하며, 다른 사람의 가능성을 존중해 주며 나를 존중하는 경험들을 꼭 많이 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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