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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 Apr 15. 2024

초고령 대한민국의 현실, 간병 가족들의 눈물 나는 실화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을 읽고


초고령화 시대의 간병 문제

한국 사회는 언제까지 외면할 것인가? 

서울신문 탐사기획부가 펼쳐본 우리나라 간병 가족들이 이야기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中





이런 책을 읽으면, 기자들이 꼭 해야 할 취재가 바로 이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편으론 나도 기자로 일하고 있는데 난 왜 이런 취재를 하지 못하나 반성도 된다. 언론의 순기능은 바로 이런 것을 보고 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 책은 보험설계사 일을 시작하면서 알게 됐다. 회사에서 보험 상품 교육을 하는 중에 최근 간병 보험이 중요해지는데 그 이유가 열악한 간병 환경과 턱없이 부족한 지원이라는 내용이었다.


몇 년 전이었다면 이 책의 내용은 내게 크게 와닿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 거동이 불편해지신 외할머니를 걱정하는 어머니와 이모를 보면서 이야기에 좀 더 관심이 갔다. 책에만 있던 내용이 우리 가족에게도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인간의 삶이란 뭘까?" 하고 고민했다. 피를 나눈 가족 간에도 숨통을 끊을 수밖에 없게 만드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그리고 더 아픈 건 앞으로 이 간병에 대한 인식과 지원책이 바뀌지 않는다면 이러한 일들이 더욱 많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이다.





"정 씨에게 왜 그랬냐고 물어보니 ' 힘들어서 간병을 할 수가 없어서...'라고 답하더라고요. '자식과 할머니를 위해서였어. 잘 됐어... 나도 이제 죽어야지'라고 했어요. 일단 정 씨를 긴급체포했는데, 혼자 걷는 것도 힘들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았습니다. 살인사건이지만 구속하면 몸이 버티지 못할 것 같아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진행했어요."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中에서




간병살인을 한 가족들을 누가 쉽게 비난할 수 있을까. 살인은 분명 해서는 안 될 중범죄이지만 사연을 읽다 보면 차마 함부로 말할 수가 없다. 내가 만약 반불구가 된 부모님을 매일 24시간 옆에서 간병해야 한다면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도무지 기꺼이 하겠다고 말할 자신이 없다.





<실제로 보도된 기사의 헤드라인>


"80대 노모, 정신질환 앓던 40대 딸을 끈으로 묶은 채 한강 투신"

"70대 노부부 차 안에서 손 꼭 잡은 채 자살, 암 투병 아내와 함께 떠나"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中




2016년 3월 30일, 강원도 춘천시 중도동 강변의 승용차 안에서 발견된 70대 노부부는 두 손을 꼭 잡은 채 숨져 있었다. 장소는 강변에서도 특히 경치가 좋은 곳이었다. 이 부부는 사망 전 자녀들이 보낸 생활비를 다시 되돌려 보냈다. 한 80대 노모는 정신질환을 앓아온 40대 딸과 끈으로 몸을 묶은 채 한강에 투신했는데 꼭 껴안은 팔 모양 그대로 발견됐다.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中




인생의 절반을 함께 보낸 사랑하는 아내의 숨통을 끊을 수밖에 없는 남편의 마음은 어땠을까. 그리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을 안고 함께 한강에 몸을 던진 엄마의 마지막 기도는 무엇이었을까. 


간병의 어려움은 삶의 모든 부분을 뚫고 들어온다. 평균 월급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간병비(경제적 압박), 환자의 곁을 떠날 수 없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와 우울증(정신 질환), 간병 대상의 특성에 따른 폭행/폭언 피해(물리적 고통)까지. 어쩌면 간병인으로서의 생활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고역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병살인은 대부분 피해자 가족과 가해자 가족이 겹친다. 가족을 잃은 끔찍한 비극을 겪은 이들은 슬픔과 원망 속에서도 온전히 가해자를 미워하지 못한다. 오히려 간병의 고통을 가해자에게만 떠넘겼다고 자책하며 용서해 달라고 호소하는 일이 많다. 간병살인 판결문 108건 가운데는 선처를 부탁하는 남은 가족의 눈물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中





간병살인은 실제로 근 몇 년간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노노 간병부터 장애인, 독박 간병 그리고 간병으로 인한 경제/정신적 어려움이 얼마나 큰지 보여준다. 간병살인에 따르면. 지금 이 순간에도 가정에서 돌봄을 받는 환자는 100만 명으로 추산된다.  20가구 중 1가구는 누군가 집에서 아픈 가족을 힘들게 돌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이제 더 이상 간병은 한 개인, 가족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와 공동체가 함께 도와 해결해 가야 할 문제다. 하루빨리 국가가 나서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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