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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 May 04. 2022

전하지 못한 말

내가 원했던 것은,

말 그대로 칠흑 같은 어둠 사이로 작게 불빛이 피어난다. 멀리서 파도가 부딪치는 소리와 너의 목소리가 잔잔히 뒤섞여 내게 닿는다. 외로움으로 가득했던 이곳이 우리의 이야기로 가득 채워지는 기분이 든다.


그대는 참 많은 이야기를 알고 있었다. 국제 사회의 분쟁과 이슈부터 문학과 미술, 세계 곳곳의 도시들까지 관심이 많았다. 작게 속삭이듯 이야기하는 그 모습이 참 예뻤다. 이야기를 하다 잠시 숨을 고르며 ‘네 생각은 어때?’라고 물어주는 것도 좋았다. 내게 집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듯 네 눈동자는 나만을 바라보았고, 살짝살짝 끄덕일 때마다 머리칼이 흘러내렸다. 어둠이 짙어질수록 그대의 눈동자는 더 반짝였다. 우리는 그때 무슨 이야기를 그리도 나눴을까.


하지만 깨달았다. 연애는 하고 있지만 대화를 하진 않는다는 것을. 정확히 말하자면 대화를 하고 싶지가 않았다. 이것이 문화의 차이인지, 살아온 환경의 차이인지, 우리의 기질의 차이인지는 모르겠지만 매번 대화가 엇나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에 집중하지 않아 딴소리를 하는 것인가, 싶었는데 그냥 대화가 되는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남자이건 여자이건 나이가 어떻건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대화가 하고 싶은 것뿐인데 말이다.


대화, 라는 것이 점점 힘들고 조심스러워진다. 내가 나누고 싶어 하는 주제는 네게 관심이 없고, 네가 이야기하고픈 내용은 내게 너무 어렵다. 공통의 분모를 만드는 것이 어려운 것인지, 그러할 마음의 준비가 안된 것인지, 아니면 원치 않은 것인지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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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가 체질은 아니지만 insta @natasha.drawing

#그림스타그램 #illustraion #나와나타샤

#나와나타샤와흰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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