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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 May 03. 2022

그에 대하여

별반 다를 게 없는

받기만 하는 혹은 주기만 하는 연애를 하다 보면, 결국 자신이 사랑이란 것을 하고 있는 것이 맞는지 점점 알 수 없어진다. 어쨌든 사랑받고 있다고, 그걸 느끼는 것만으로도 족하다 생각하며 이어진 관계는, 때론 어쩌면 이런 건 그냥 아무나와 별반 다를 게 없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 깨지기 마련이다.


만나기로 한 시간이 훨씬 지났다. 어디서 보기로 했었지, 생각하는 동안 벌써 여러 개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대충 근처에 도착해 전화를 했지만 내가 서있는 장소는 우리의 약속 장소가 아니었다. 건물 입구에 놓인 안내데스크에 가서 네가 서있는 그 장소를 어떻게 찾아가야 할지 묻지 않고 무작정 전화로 네가 보이지 않는다고, 내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왜 하필 휴일에 사람이 많은 이런 곳에서 만나자고 했을까. 딱히 생각나는 곳에 없어 무심코 이곳을 던진 건 나였다. 몇 차례의 엇갈림 뒤에 만난 그대의 손엔 쇼핑백이 들려있었다. 분명 내 생각을 하며 골랐을 그 선물, 그러고 보니 난 뭘 좋아할지 모르니 만나서 사주지, 라는 생각만 했었다.


갑자기 차가운 바람이 들어 몸이 으슬으슬 떨렸다. 하는 내게 ‘추워?’라고 생각해 물어주는  ‘너도 추워서 재킷 입은  아냐?’ 받아친  모습을 너와 헤어지고 나서야 떠올린다.  마음이 사랑으로 넘치지 않더라도, 사랑하고 있고 사랑받고 있다고 생각했던 그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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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가 체질은 아니지만 insta @natasha.drawing

#그림스타그램 #illustraion #나와나타샤

#나와나타샤와흰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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