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주를 떠나고 있습니다
마지막 날은 숙소의 체크아웃으로 다른 날의 아침보다 조금 더 일찍 서둘러 눈을 떴다. 이른 아침의 창밖은 비를 잔뜩 숨긴 바람에 나무들이 흔들리고 있었다. 커피와 우유를 적당히 섞은 라테를 들고 숙소 뒤 소나무 정원으로 향했다. 이로써 오늘이 마지막이었다. 나는 숨을 차분히 쉬며 갑자기 밀려오는 불안과 긴장을 진정시켰다. 한 번만, 아니 그보다 한 번 더 이 무주를, 산골을, 차분해지는 아침을, 읍내의 갓 튀긴 치킨을, 웃음을, 산골낭만을 온전히 내 기억에 담고자 했다.
나는 내 마음속의 나와 다음번 산골영화제에 오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나는 내게 이어진 이 인연을 다시 한번 더 만나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그렇게 이별했다.
서울에 도착한 열차는 휘리릭 빠르게 한강 위를 지나갔다. 휘리릭- 입술을 동그랗게 모아 작게 소리를 내보았다. 하늘과 다리와 강물이 온통 푸른빛을 머금었다. 낯선 사흘 간의 무주에서 서울로 돌아가는 열차 안에서, 난 오랫동안 잠식해 온 불안과 우울이 아름답지만 찰나인 창밖 풍경 너머 저 먼 우주로 확장해 가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돌아온 서울은 칼바람이 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