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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우린 여기서 만나

매일매일 짧은 글 - 13일 차

by Natasha

오늘은 외근을 했습니다. 이른 시간에 사무실과 동떨어진 위치로 이동해야 해서 그쪽으로 바로 출근을 했죠. 출근길에 목련나무의 희고 큰 꽃도 보이고, 아침 산책을 나온 은퇴한 안내견과도 인사 나누는데 기분이 참 좋더라고요. 물론 일정을 마무리하고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은 다시 기분이 나빠졌지만요.


사무실 자리는 매일 본인이 선택해 앉습니다. 자율좌석시스템이죠. 되도록이면 보기 싫은 사람과 떨어진 자리로 앉습니다. 가끔 그분이 뒤늦게 자리를 예약하거나, 변경해서 부득이하게 마주치는 날이면 기분이 나쁩니다. 그분의 메신저나 메일 알림이 뜨면 그것 또한 기분이 나쁩니다. 끝없이 간지러운 피부와 머릿속을 울리는 이명, 심장이 너무 뛰어 숨조차도 버거운 상황이 함께 오죠. 어느 팀원은 스트레스에 아토피가 심해져 벅벅 긁다가 팔과 다리에 멍이 한가득 들었고요.


그래도 매일 마주치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시키는 업무는 의견을 말해봤자 본인 말을 거역하는, 일 안 하는 직원으로 찍히니 군소리 없이 빠르게 해서 보고하죠. 아참, 자료를 전달한다거나 공유한다는 표현을 쓰면 안 돼요. 상사에겐 ‘보고’하는 거라고, 그건 기본이라고 매번 가르침을 당하거든요. 점심을 먹으러 갈 때, 본인을 챙기지 않으면 ‘매너‘가 없는 거고요. 팀원을 동료가 아닌, 하수인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아니길 바라요.


그럼에도 사람인데, 누구나 장점과 단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속 한번 안 썩인 자식, 잘 챙겨주는 형제자매, 유쾌하고 재밌는 친구, 배울 점이 어딘가에는 있는 선배이자 후배일 수도 있다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겁니다. 그냥 나와 맞지 않는다고, 우리 팀원들과 상극이라고, 이 회사에 부적절한 직책자라고 생각해 봅니다. 왜 하필 여기서 나와 만난 것인지!!! 매일매일 짧을 글, 13일 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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