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 짧은 글 - 14일 차
오늘은 별일 없이 지나가길 바랐는데, 그가 보낸 메일 알람이 떴습니다. 역시나 기분이 나빠졌죠. 최대한 급히 해야 할 업무들을 먼저 처리하면서도 안 읽을 수는 없기에 찜찜한 기분으로 메일을 확인합니다. 그가 우겨서 진행했던 건이 결국 웟선에서 잘렸는데, 남 얘기처럼 이런 상황이니 대안을 마련하라더군요. 누가 보면 제가 억지로 밀어부친줄 알겠어요. 더 말을 섞기 싫어 네 개의 대안과 각각의 목적과 이유, 한계점을 정리해 보냅니다.
바로 오는 회신, ‘so, 돈을 버는 데 가장 기여할 성과는?‘ 업무의 목표가 오로지 돈을 버는 것이라는 그가 놀랍지도 않았죠. 그래서 그중 정량적으로 성과 측정이 가능한 대안을 꼽아 전합니다. 바로 울리는 메신저, ‘근데 이거 계속 수치가 낮아지는데 괜찮겠어요?’ 아니, 그러면 어떤 문제가 있는지 파악해서 성과를 높이는 방법을 찾아야겠지요? ‘그 방법은?‘ 같이 찾아야죠.
제가 챗gpt인가요? 왜 본인은 아무런 생각도, 의견도, 방안도 없이 웟사람들이 이러더라만 전하는 건지 모르겠네요. 담당자의 의견을 믿지도 않으면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본인은 잘못이 없고 모든 게 네 탓이라고 하는 건 정말 별로예요.
일이 끝나고 타이마사지를 받았어요. 어깨 뭉침과 다리 저림보다 지끈지끈한 머리를 정성껏 누르는데 시원함이 느껴졌지만, 머릿속은 온통 업무 생각에 짜증이 멈추지가 않았어요. 그러다 오늘의 답답함과 힘듦을 폭식으로 풀어야겠다는 잘못된 생각을 합니다. 꾸역꾸역 먹으면서 그 알 수 없는 무언가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어요. 이번 주도 잘 버텼다, 조금만 더 힘내주라, 다들 이러고 사는 거야, 하면서 깊은숨을 내쉬어요. 매일매일 짧은 글, 14일 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