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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K Nov 15. 2024

동네카페 복덕다방 1주년 글

나로부터 우리를 담아 나아갈 ‘복덕’


스마트스토어를 해보겠다고 21세기복덕방이라는 이름만 짓고 정확히 어떤품목을 팔 것인지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지는 결정하지 않은 채 사업자를 내더니 갑자기 카페를 연단다. 


한창 당근을 자주 둘러보던 때였는데 부동산 탭에서 어느 가게를 보게 된다. 상권과는 조금 떨어져 있고 주택가 모퉁이에 있는 우드톤의 가게. 카페에서 일은 해봤지만 장사는 해본적도 없는 이가 무식한 용감함으로 “시작하면 어떻게든 하지 않겠어?”라며 계약서를 작성한다. 분명 가게가 나를 불렀어. 진짜야. 언젠가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을 운영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조금 앞당겨졌을 뿐이라 생각했다. 


2, 3개월은 들떠 있었다. 직접 찍은 사진으로 엽서도 만들서 팔아보고 랜선 글쓰기 모임, 아무도 오지 않은 동네 친구 만들기 모임도 만들어보고 스터디도 해보자고 하고 심지어 목공방과 카페 디저트 수업을 들으며 카페 영업은 취미 중 하나처럼 굴러가고 있었다. 아마 지나가던 누군가는 “여기 사장은 건물주인가봐 맨날 닫네” 라고 했을지도. (사실 들어본 적 있음) 


기초를 다지지 않고 기본을 지키지 않으면서 부수적인 일에 힘, 시간, 돈을 썼다. 회사에서는 절대 하지 않았을 게으른 행동들을 했고 ‘합당한 사유’ 라는 라벨을 달아 나만의 변명슈퍼에서 판매했다. 그래도 다행히 1년이 되기 전에 불안을 꽤 줄여서 제정신으로 돌아와 자리를 지키고 있다. 돈 때문에 회사를 다시 다녀야 하는 것은 아닌가에 대한 걱정은 끊지 못했지만.


벌써 1년이 되었다. 21세기복덕방에서 복덕다방이 되었고 가게를 조금 더 귀여워하게 되었고 손님들도 더 귀여워 해주시고 있는게 느껴진다. 뜨개모임도 열었고 실바늘 모임도 했고 스몰토크로 시작해 빅토크를 나누는 손님들도 생겼다. ‘복덕’이 조금 더 자주 쓰이고 다양한 일들을 품을 수 있도록 노력해보려고 한다. 다방으로 시작한 복덕 맥주집, 매거진, 잡화점, 상담소..  


이 자리의 계약기간은 내년 10월 31일. 계속 같은 자리에서 이어갈지 이사를 갈지 아니면 아예 다른 일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최선이라 생각하는 그 최선에 닿을때까지 잘 해보겠습니다. 


서투른 시작을 응원해주고 축하해준 친구들, 방문해주신 모든 손님들, 랜선으로 응원을 주고 받는 사장님들께 모두 감사드립니다. 



* 복덕다방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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