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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쥰 Apr 13. 2021

안녕, 후모

내 친구를 소개합니다

워킹 홀리데이에서 만난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를 빠뜨리면 섭섭할 것 같다. 나의 일상을 다채롭게 만들어준 친구들과의 소중한 추억을 기록해본다.




크리스마스 시즌 DJ파티에서 친구의 소개로 '후모'를 알게 되었다. 사실 처음엔 나와 어떠한 공통점도 없어 보였다.



간단히 인사만 나누고 시간을 보내던 중 후모는 우연히 내가 가져온 필름 카메라를 보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대화의 물꼬가 트이기 시작했다.


필름 사진을 좋아하는 후모는 필름을 겹쳐 찍으면 얼마나 신기한 사진이 나오는지에 대해서 눈을 반짝이면서 말하기 시작했다.


얼마나 재밌게 이야기했던지, 누군가와 같은 관심사에 대해서 이렇게나 열을 내며 이야기했던 적이 있던가 스스로 놀랄 정도였다. 대화 주제도 우리의 사이만큼 너무 과하지 않고  모자라지도 않았다.



그 날 이후로 친하게 지내게 된 후모는 알고 보니 나와 꽤 공통점이 많았다.


커피 만드는 걸 좋아한다거나 디자인과 영상 편집에도 관심이 있다는 점, 외국어에 흥미를 느끼는 점 등등. 나도 평소에 주변으로부터 한 열정 한다고 들어왔는데 그걸 뛰어넘는 특유의 발랄함과 긍정적인 기운이 장점인 다재다능한 친구였다.






특히 후모와 했던 대화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로,

후모가 끼고 있던 반지를 보여주며 "이거 뭐로 만든 것 같아?"라고 물었다.


- "흠 글쎄..? 뭔데?"

- "이건 포크의 손잡이 부분을 잘라서 둥그렇게 구부려서 직접 만든 거야!"

하면서 이리저리 반지를 보여주었다.



후모가 직접 구부려 만들었다던 포크 반지

그러면서 후모는 들고 있던 에코백부터 시작해서 티셔츠까지 이것저것 보여주며, 자기가 직접 디자인한 것으로 물건을 직접 주문해서 만들어 쓴다고 했다.


눈을 어찌나 반짝이고 신나게 설명을 해주던지 아직까지 선명하게 기억난다.


그런 후모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이렇게 눈을 반짝이면서

단지 좋아서 하던 일들이 있었는데-'



그러나 나이가 들었나(?)라는 씁쓸함도 잠시, 잊고 지냈던 좋아하는 일에 관한 '열정'이 마음 한 켠을 두드렸다. 아직 여기 그대로 있다고.


덕분에 언제부턴가 귀찮다는 이유만으로 멀어지기 시작한 글쓰기도 다시 시작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워킹 홀리데이의 끝물에 만나, 스쳐 지나갈 것이라 짐작했던 인연이 언제고 이렇게 원동력이 되어줄 줄은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그때 이후로 주변에 무언가 해볼까 고민하는 친구가 있을 때, 주저 없이 후모 이야기를 들려주곤 한다. 그의 반짝이는 눈이 다른 이의 열정도 두드려주길 바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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