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의 거리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2013년 3월, 나는 새내기가 되었다. 지나가긴 할까 싶었던 기나긴 고3 수능 생활이 끝나고 나는 드디어 진정한 자유를 얻게 되었다.
수능이 끝난 12월의 고3 교실 어디를 둘러보아도 구불거리는 형형색색의 머리들을 볼 수 있었다. 그 동안 억눌려왔던 외모에 대한 욕구가 분출되는 것이리라. 나 또한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는 않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러나 그런 단순한 자유에 대한 기쁨은 얼마 가지 않았고, 친구들과 대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대학 가서 친구 사귀기”에 관한 것이었다.
사실 나에게는 크나큰 고민거리가 있다. 아마 죽기 직전까지 그것에 대해 고민할지도 모른다. 나는 6개월의 유통기한을 가진 ‘마음의 거리’를 가지고 있다. 남이 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 혼자 고민하느라, 마음을 여는데 평균 6개월의 시간이 걸리곤 하는 것이었다.
덜컥, 대학 생활이 겁이 나기 시작했다.
여기서 나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첫 번째, 나의 수줍음을 숨기고 그런 수줍은 사람이 아닌 척 모르쇠 대학생 노릇을 하는 것. 두 번째,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는 것.
하지만 나는 내 자신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20년 동안 이런 성격으로 살아오면서 그간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았으나 소용이 없었다. 익숙하지 않은 행동을 했을 때, 그리고 내가 예상했던 반응이 나오지 않았을 때 나는 더더욱 수줍어지곤 했다. 오히려 6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천천히 나를 알아가게 하는 것이 더욱 낫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렇게 새내기가 되었고, 좋든 싫든 많은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 중 인상 깊은 한 친구가 있었다. 학기 초, 무리에서 동떨어지기 싫어 누구에게나 친절했던 다른 친구들과는 달리, 쌀쌀한 냉기가 흐르고 어느 무리에도 구속되지 않은 친구였다.
‘절대 친해질 수 없겠구나.’
라고 생각했던 것도 그 때만의 착각이었다.
막상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나와 참 공통점이 많은 친구였다. 둘이 아무런 말없이 있어도 어색함이 없고 마음도 잘 맞았으며, 음식에 대한 기호까지 통하는 점이 무척이나 좋았다. 그러나 그 중 가장 중요한 점은 술을 먹고 털어놓은 그 아이의 고충 또한 나와 닮았다는 점이다. 그 애 또한 나와 같은 유통기한을 가진 친구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 애와 나는 금세 막역한 사이가 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막상 부딪혀본 새내기 생활의 느낌은 ‘유통기한은 누구에게나 있다.’라는 것이다. 그게 1시간이든, 하루든, 일주일 혹은 1년 이상이든. 그리고 이렇게 다양한 거리 때문에 우리는 서로 부대끼고 의지하게 되는 것일지 모른다.
그러니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새내기들이 있다면,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고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걸 알지만 한시름 접어두어도 괜찮다. 다른 이들도 나와 그다지 다를 것이 없다는 사실만 알고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