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소탐대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adac Mar 26. 2024

시원하고 칼칼하고 신선하고 푸짐한 콩나물탕

나룻터식당

다시 한번 미가옥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미가옥은 전주콩나물국밥집 중 하나인데, 미가옥 삼례점을 정말이지 사랑”했”다. 콩나물국밥집을 사랑하는지, 미가옥을 사랑하는지 궁금해서 전주와 익산, 군산의 다른 콩나물국밥집, 다른 미가옥 지점을 두루 다녀보았지만 미가옥 삼례점만 한 가게가 없었다. 나의 미가옥 사랑은 ‘오늘 또 미가옥’이라는 책을 쓰기까지 이르렀다. 2022년 6월 대전으로 이사 온 뒤로도 10월까지 매주 전주에 강의하러 다녔는데 일찍 출발해 꼭 삼례에 들러 아침을 먹고 갔다. 책의 발행일이던 10월 20일, 미가옥에 마지막 인사를 하러 갔다. 지금까지 쓴 책 두 권과 <오늘 또 미가옥>을 전해드렸다. 전처럼 매주 서너 번씩 밥을 먹으러 올 수 없다. 겨우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찾아올 수 있던 날도 다 지나갔다. 내 마음과 사랑을 담은 책을 보여주고 나니 민망해서라도 오기 힘들 것이다. 이제 나는 어디서 미가옥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야 하나 슬펐지만 이 또한 인생이겠거니 싶어서 대전의 콩나물국밥집을 찾아다녔다.  

대흥동의 연수네, 선화동 황토콩나라, 시루향기 대전유천점, 현대옥 대전둔산법원점, 24시전주명가콩나물국밥 대전점 등을 두루 다녀보았지만, 미가옥을 향한 그리움을 달랠 수는 없었다. 전주에서도 현대옥 남부시장점 정도 되어야 그나마 미가옥에 대한 사랑을 잠재울 수 있는데, 대전에서 미가옥에 견줄만한 콩나물국밥집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마음을 줄 콩나물국밥집은 못 찾았지만 스마일칼국수, 반찬식당, 동네방네 백반집, 한민순대, 태평소국밥, 복수분식 등 좋아하는 식당들이 조금씩 생겨났다. 


그러던 어느날! 요리인이자 가죽장인이자 뮤지션인 친구의 친구와 우연히 한자리에 앉을 기회가 있었고 콩나물국밥집 잘하는 데 있냐 물었더니, ‘콩나물탕’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음식을 소개해 주었다. 

그리고 며칠 뒤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오후 2~3시쯤 혼자 쭈뼛쭈뼛 식당에 걸어들어가 1인분도 되나요? 묻고 상을 받았는데, 정말이지 미가옥의 옆자리쯤은 내줄만한 맛이었다. 바지락과 황태로 시원하게 국물을 내고 빨간 고추가 칼칼한 맛을 더했다. 그리고 콩나물… 그립고 그립던 신선하고 통통해서 아삭한 바로 그 콩나물! 미가옥만큼 콩나물국밥이 대전에 존재할 수 없다면 미가옥과 어깨를 나란히 할 다른 콩나물 요리를 찾으면 되는 거였다. 냄비에 푸짐하게 올라간 콩나물 건져서 씹어먹고, 그때그때 다르지만 제철 나물 반찬과 흰쌀밥 야금야금 먹고, 국물에 밥 말아 먹고, 남은 국물은 챙겨간 그릇에 담아와서 집에서 두부랑 콩나물 넣고 끓여서 한 끼 더 먹는다. 남기면 아까운데 그냥 마시기엔 짜다. 모두부를 시키지 않아도 기본 반찬으로 두부 한 조각이 나오는데 일행이 있으면 모두부를 한 모 시킨다. 국내산 콩으로 가게에서 직접 만든 두부라고 한다. 맛있고 맛있고 또 맛있다. 나룻터식당, 사랑해요. 다른 콩나물요리로 중앙시장에서 콩나물밥이라는 것도 먹었는데 맛있었다. 삼성동 왕관식당이 유명하다고 하니 다음엔 거기도 가봐야겠다.

가게 입구엔 두부 만들고 생기는 콩비지를 가져가라고 내놨길래 두어 번 가져와서 비지찌개랑 비지전을 해 먹었다. 한 끼 사 먹고 다음 끼니는 남아서 싸 온 국물에 두부 넣고 한 번 더 먹고, 집어 온 콩비지 한 덩어리 반은 비지찌개, 반은 비지전 해 먹으면 몇 끼니는 해결할 수 있다. 넉넉한 인심이 고맙다. 두부가 맛있어서 두부전골, 버섯전골도 맛있을 거 같았는데 내 입엔 안 맞았고, 다음엔 비지찌개를 한번 먹어볼까보다. 점심시간에는 북적북적 손님이 많다. 다른 테이블에서는 야채 불고기도 많이 먹는다. 혼잡한 시간에는 1인 손님을 안 받기도 하려나 걱정되기는 하는데 가본 적은 없다. 브레이크 타임은 따로 없는데, 3시부터는 손님이 없으니 불 꺼놓고 약간 쉬시는 것 같았다. 들어갈 때 식사할 수 있냐 물어보니 불 켜시더라. 


표기법상 나룻터 아니고 나루터인데 나룻터식당이라 조금 아쉽지만, 상호명에 민감한 나에게 그 정도는 눈 감을 만큼 감동적인 맛이다. 왠지 소탐대전에서 찾아가는 식당은 동네 사람들이 찾아가는 소문나지 않은 진짜 맛집이어야 할 것도 같은데, 소문이 안 났더라면 내가 어떻게 찾아갔겠냐. 잘 되는 식당이라야 오래오래 장사 하고 내가 갈 수 있지. 맛있는 콩나물탕 계속 만들어주세요.


(2023년 10월에 찾아갔을 때 미가옥 삼례점은 사장님이 바뀌어 있었다. 흑흑, 이제 정말 나의 미가옥은 추억 속으로 사라져 영원히 다시 만날 수 없는 맛이 되었다.)


*매주 화요일 뉴스레터로 [소탐대전]을 받아보실 분은 여기에서 구독신청을 부탁드립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작품 너머로 이어지는 재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