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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예 Jan 17. 2024

'7초'면 충분하다고 노래하는 그들의 진솔함, 투어스

원본: 네이버 블로그 ‘사이버 책방’

2022년, 화려한 걸그룹 전성기 속 뉴진스는 이지리스닝이라는 새로운 케이팝 장르적 대안을 내놓았다.

사실, 케이팝씬에서 이지리스닝 열풍을 일으킨 NewJeans(뉴진스)의 ‘Attention’ 이전에는 ENHYPEN(엔하이픈)의 ‘Polaroid Love’가 있었다. 보이그룹의 이지리스닝이 성공할 수 있음을 반년이나 앞서 보여준 선례였다.

막강한 4세대 걸그룹에 상대적으로 열세했던 4세대 보이그룹은 케이팝씬에 불어온 이지리스닝이라는 새로운 반향을 기회로 삼았다.


2023년 SM 3.0 체제 이후 처음 선보인 SM엔터테인먼트의 신인 보이그룹 RIIZE(라이즈), 그와 같은 날 공개된 옆집 소년 KOZ 엔터테인먼트의 BOYNEXTDOOR(보이넥스트도어), 그리고 오디션 프로그램 ‘보이즈 플래닛’으로 데뷔한 프로젝트 그룹 ZEROBASEONE(제로베이스원)은 앞다투어 신인 필승 무기인 청량 콘셉트에 이지리스닝을 버무려 각기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제, 4세대 보이그룹들은 이지리스닝 장르에서 각기 다른 오리지널리티를 보여주어야 할 때다.

라이즈의 독자적인 ‘이모셔널 팝’ 장르의 이지리스닝 곡 'Get A Guitar'는 초동 100만 장 밀리언 셀러에 등극하여 '남돌 이지리스닝'의 대중성을 증명해 보였으며,

분명 힙합 댄스곡임에도 불구하고 이보다 더 ‘이지리스닝’ 일 수 있는지 의심스러운 보이넥스트도어의 'One and Only', 더 나아가 그러한 첫사랑의 순정을 비틀고 좀 더 '보넥도'스러움을 가미하여 또 다른 양상을 보여준 ‘뭣 같아’,

정석적인 청량 콘셉트에 걸맞은 드럼 앤 베이스 장르에 이지리스닝을 듬뿍 버무린 제로베이스원 'In Bloom'까지. 4세대 보이그룹은 저마다의 정체성이 담긴 이지리스닝 장르를 개척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2024년, 어느덧 10년 차에 접어든 3세대 보이그룹 대표주자 세븐틴 이후 무려 9년 만이자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가 HYBE LABELS에 속한 이래로 처음 선보인 보이그룹 '투어스'는 어떤 차별성을 보일까?

YouTube @ HYBE LABLES / TWS (투어스) Prologue 'Oh Mymy : 7s'
YouTube @ HYBE LABLES / TWS (투어스) Prologue The Full Story

투어스의 프로모션 영상 ‘7s Prologue’에서 그들은 '진솔함'을 키워드로 내세웠다.

대중들은 더 이상 케이팝 아이돌의 근사한 무대 위 결과물에만 환호하지 않는다. 팬들은 아이돌들의 화려한 퍼포먼스만큼이나 그들이 흘려온 땀방울의 발자취를 낱낱이 곱씹은 비하인드 영상들에 열광하며 그들의 성공을 돕겠노라고 의기투합한다.

프롤로그에서 그들은 창대한 서사의 시작을, 그리고 데뷔를 이제 막 코앞에 둔 신인의 설렘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슈만 ‘어린이 정경’을 샘플링한 도입부로 단숨에 귀를 사로잡은 선공개 싱글 ‘Oh Mymy : 7s’는 7초면 충분하다는 그들의 포부가 면밀히 드러난다.

감미롭게 시작하지만 잦은 변주를 주어 곡의 흐름을 예측할 수 없게 하였고, 그에 걸맞은 잦은 퍼포먼스 전환은 장면 연출로써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인트로부터 브릿지까지의 흐름에서 충분히 이지리스닝의 기조가 드러남에도 코러스에서 그마저도 확 덜어낸다.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웠던 부분은, 이 코러스가 너무 가볍다는 것이다. 곡 전반적으로 전환이 잦아 각 덩어리를 유기적으로 연결하기 위해 쭉 가볍게 끌고 왔다 하더라도 ‘강렬한 베이스와 신스로 고조’시키려 한 의도가 있었다면 코러스에서 좀 더 터트렸어도 좋지 않았을까. 코러스까지도 상당히 가볍게 쌓아 올려왔기 때문에 정작 코러스에서 탄산이 빠진 느낌이 든다. 하지만 코러스의 강렬함을 미량 놓아주고 잦은 변주를 잡았기 때문에 뻔한 이지리스닝을 피해 갈 수 있었다. 퍼포먼스적 측면에서는 확실히 터뜨려 곡의 무게감을 실어준 덕분에 코러스의 아쉬움을 상쇄시킨다. 결과적으로 보는 맛과 듣는 맛을 모두 잡았다.

@YouTube HYBE LABLES / TWS (투어스) Oh Mymy : 7s' Dance Practice (Moving ver.)
@YouTube HYBE LABLES / TWS (투어스) Oh Mymy : 7s' Dance Practice (Fix ver.)

TWS Official YouTube 채널에서 공개한 두 가지 버전의 안무 영상은 투어스의 자신감의 원천이 실력임을 증명한다. 느긋하게 시작되는 인트로에 대비되는 역동적인 퍼포먼스는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복잡한 동선에도 디테일을 놓치지 않은 안무의 짜임새는 가히 높은 역량을 요구한다. 정식으로 데뷔한 곡이 아닌 선공개 싱글로 두 가지 안무 영상을 공개한다는 점에서, 투어스의 퍼포먼스 역량을 다각도로 보여주려는 의도가 여실히 드러난다. 특히 앞서 퍼포먼스 영상으로 ‘7s Prologue’ 영상을 이미 공개했음에도 불구하고 Moving 버전 안무 영상을 공개한 것은, 그저 장면 연출로써 화려함을 자아낸 것이 아닌 무대에서도 장면 전환적 연출이 가능한 퍼포먼스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를 내포한다. 곡 후반에 배치한 댄스브레이크 부분이 음원상으로는 비트를 각인시킬 뿐 지나치게 가벼운 느낌이었다면, 퍼포먼스적 측면에서는 충분히 에너제틱하고 깔끔한 마무리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 순기능이 정점에 달한다. 음악에서 힘을 뺀 것은 퍼포먼스로 채우기 위함이라고 느낀 이유다.


필자가 투어스에게서 읽은 ‘진솔함’은 그들의 독자적 장르 ‘보이후드 팝(Boyhood Pop)’의 기저에 깔려있다. 소년 시절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감성을 자극하는 음악을 선보일 것이라 선전포고한 그들의 선공개 싱글 ‘Oh Mymy : 7s’는 앞으로 펼쳐질 보이후드 팝의 서막에 불과하다. 오는 22일, 앞서 신호탄을 터뜨린 4세대 보이그룹의 대열에 새롭게 합류할 투어스가 어떠한 진솔함을 보여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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