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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예 Feb 03. 2024

2024 1월 2주차 케이팝 신보 리뷰

ITZY / SF9 / 8TURN


〰️ 2024년 1월 2주차 라인업 

01. 08. ITZY - UNTOUCHABLE

01. 08. SF9 - 비보라(BIBORA)

01. 09. 8TURN - RU-PUM PUM



ITZY , [BORN TO BE], JYP엔터테인먼트, 2024. 01. 08.

   ITZY - UNTOUCHABLE


ITZY(있지)는 데뷔 싱글[IT’z Different]의 타이틀곡 '달라달라'에서부터 줄곧 ‘자존감’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본인들의 오리지널리티를 주장해왔으나, 그동안 그들의 아이덴티티와 세계관은 독창성과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피해 갈 수 없었다. 4인으로 돌아온 있지는 미니앨범 8집 [BORN TO BE]를 통해 비로소 그룹의 정체성 확립을 시도한다. 

하지만, 미니 앨범임에도 불구하고 각 멤버들의 첫 솔로곡들까지 담은 풍부한 트랙에서부터 여실히 드러나는 그들의 포부에 비해 타이틀곡 ‘UNTOUCHABLE’은 어쩐지 조금은 미약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인트로부터 깔리는 기타 리프, 코러스까지 끌고 오는 동안 박진감 있는 기류를 지속하며 시동을 걸었으나, 코러스에서의 분명한 분출을 암시하는 흐름은 예상을 뒤엎고 박진감만을 유지한다. 코러스까지 쌓아 올린 빌드업에 비해 인트로부터 드러낸 강력한 기타 리프는 정작 터져야 할 구간에서 충분히 폭발하지 못한 채, 있지의 당당함과 진취적인 메시지를 내포하였다기에는 놀랍도록 내내 평이한 흐름을 보인다.

있지의 색이 묻어나되 새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려 한 시도는 엿볼 수 있었으나, 좀 더 기민한 프로듀싱으로 그들의 역량을 자유자재로 담아내어 보다 확실한 정체성을 구축할 방법을 꾀해야 할 때다. 





SF9 , [Sequence], FNC엔터테인먼트, 2024. 01. 08.

   SF9 - 비보라(BIBORA)


SF9이 긴 공백기를 뒤로한 채 미니 앨범 13집 [Sequence]로 돌아왔다. 딥하우스 장르의 타이틀곡 ‘비보라(BIBORA)’는 이별의 절절함을 그리며 주저 없이 비보라처럼 다시 ‘너에게로 휩쓸릴’것을 택한다. 

인트로의 펑키한 리듬은 이별치고는 산뜻하나 프리코러스에 접어들면서 몽환적인 시네마틱 무드를 조성하며 애절한 감정을 고조시킨다. 코러스의 처절한 가사와 대조되는 중독적인 멜로디는 기존 SF9의 아이덴티티에 흠뻑 젖어있던 디스코그래피를 쉽게 연상시키면서도 ‘비보라(BIBORA)’만의 신선한 분위기로 압도한다. 

어느덧 9년차에 접어들며 한층 더 성숙해진 SF9이 앞으로 비추어낼 그들만의 농도 짙은 시퀀스의 끝은 어떤 장면을 그릴지.





   8TURN - RU-PUM PUM(러펌펌)


8TURN , [STUNNING], MNH엔터테인먼트, 2024. 01. 09.

2023년 1월 새롭게 데뷔하여 4세대 보이그룹의 신호탄을 터뜨린 ‘8TURN(에잇턴)’이 어느덧 세 번째 미니앨범을 선보였다. 에잇턴은 싱글을 여러 장 발매하여 아이덴티티를 각인시키고 들어가는 4세대 아이돌의 기류와는 시작부터 완전히 다른 노선을 탔다. 보여주고 싶은 것이 많은 에잇턴의 당찬 포부로 데뷔 앨범부터 미니 앨범으로 시작해 디지털 싱글 한번 없이 미니 앨범으로 달려왔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풍부한 트랙리스트의 앨범을 선보인다는 점에서 다른 4세대 아이돌들과는 차별화되는 양질의 디스코그래피를 쌓아야 하는 그들이다. 

하지만, 데뷔 1년 남짓의 아티스트에게 미니 3집은 역시 아직 상당히 이른 감이 있다.

미니 1집 [8TURNRISE]에 이어 미니 2집 [UNCHARTED DRIFT]에서 보여준 힙합 장르 기조는 ‘힙합 그룹’ 이란 에잇턴의 아이덴티티로 굳어져 이번 미니 앨범 3집 [STUNNING]에서도 이어졌다. 

인트로부터 건조하게 때려 박히는 래핑에서 베이스부터 조금씩 비트가 쌓여 코러스에서 비로소 그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흡입력이 부족하다. 타이틀이 잦게 반복되는 데 반해 결정적인 한방이 부족해 단번에 꽂히지 않고 R&B 구간에서 이내 흩어지고 만다. 좀 더 ‘중독적이고 숨 가쁜 흐름’을 끌어내 에잇턴의 패기를 담으려 했다면, 브릿지에서 부드럽게 흘러가거나 내내 건조하게 끌어오기보다는 에너제틱한 힙합에 걸맞은 베이스 리프나 디스토션을 걸어가며 혼을 쏙 빼놓을 만큼 두텁게 때려 박고 터뜨려 명도를 올렸더라면 에잇턴의 ‘악동’스러운 아이덴티티를 더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충분히 많은 요소를 끌어낼 수 있을 만한 콘셉트에 비해 다소 뻔한 진행이 아쉽다. 

이변, 그리고 크고 묵직한 한방이 에잇턴에게는 절실하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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