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벌 관련 기사 中
뽀로로가 없던 어린 시절 시골에서 태어난 나는 항상 놀잇거리를 찾아 친구들과 산천을 누비고 다녔다. 전남 여수의 파브르가 되기 위해 수없이 많은 벌들을 빈 콜라병에 모으기 시작했다. 일반 꿀벌보다 몇 배는 몸집이 큰 여왕벌은 특별히 투명 아크릴로 만든 곤충 박스에 넣어 귀족 대우를 해줬던 기억이 있다. 그 여왕벌들이 지금 생각해보니 말벌이었다. 벌독에 알레르기가 있는 나는 그때 말벌한테 안 쏘인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말벌이 무서운 이유는 독성 그 자체 보다도 강한 알레르기 반응 때문이다. 이런 현상을 ‘과민 충격’이라 부르는데 온몸이 퉁퉁 부어 기도가 막혀 질식으로 죽기도 한다. 더구나 장수말벌 같은 경우는 ‘만다라톡신’ 같은 신경독을 가지기 때문에 독성으로도 인명을 해칠 수 있다. 그래서 벌에 쏘였을 때 온몸이 가렵거나 호흡이 가빠 오면 알레르기 반응을 염두하여 즉시 병원으로 옮겨 에피네프린 같은 알레르기 억제 약물을 투여하여야 한다.
말벌집은 6월 이후에부터 볼 수 있으며 이젠 시골뿐만 아니라 도심에서도 벌집을 볼 수가 있다. 한국의 경제 부흥 시기였던 1970~80년 대에는 산을 깎고 건물을 놀리느라 곤충들이 살 장소를 잃었지만 90년대 이후 ‘삶의 질’을 생각하게 되면서 공원과 하천이 늘어난 결과 자연의 일부인 말벌 또한 우리의 생활권 안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말벌집이 보이면 2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첫째로 벌집을 건드리지 않는다. 영남대 생명과학과 최문보 박사의 경해에 따르면 말벌은 벌집이 공격당했을 때 가장 흥분을 한다고 한다. 종종 추석을 앞두고 벌초를 하다가 벌에 쏘이는 사건이 발생하게 되는데 본의 아니게 벌집을 건드린 결과라고 설명된다.
두 번째로 119에 신고를 한다. 가끔 시골에서 농사를 짓던 사람들이 대수롭지 않게 신문지에 불을 붙여서 말벌집을 태우곤 하는데 아파트나 주택은 가옥의 구조상 위험이 따른다. 그러니 모든 장비가 완비된 구조대의 도움을 받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이다.
우리 구조대는 이번에도 불을 붙이는데 쓰는 에프킬라와 말벌집을 담을 김장비닐을 잔뜩 구매해왔다. 특수부대에서 강인한 육체와 정신력으로 무장된 구조대원들이 언제든 말벌집을 불태울 준비를 하고 기다리고 있으니 전화 한 통화로 편한 잠자리에 들기를 권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