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진 Aug 25. 2021

도서관

책방수확물 3

  도서관에 가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근래 들어 가장 빈번하게 도서관에 드나들고 있다. 대출한 책을 반납하면서 다시 책을 빌려오기를 반복하는 생활이다. 책방 쉬는 날이 일요일부터 화요일까지라 도서관이 쉬는 월요일을 제외하고 일요일 화요일 하루 중에 도서관에 다녀온다. 가장 가까운 도서관은 언덕길을 두 번이나 올라야 해 운동까지 겸한다.

  책방을 연 이후로 도서관에 도서 납품을 하고 있다. 작년 한 해 동안 납품을 하면서 성동구의 도서관들 곳곳을 알게 되었다. 원래 성동구 주민이 아니어서 도서관 위치를 잘 몰랐는데 군데군데 아주 잘 분포되어 있다. 어디에 살아도 걸어갈 거리에 도서관이 있을 정도다. 내가 살았던 경기도 도서관을 떠올려 보면 '읍'단위 인 곳도 있어서 보통 동네에 대표 도서관 한 곳이 전부였다. 서울은 참 도서관도 많고 서점도 많은 풍요로운 도시다.

  도서관에 자주 가는 건 꼭 도서관이 주변에 많아져서만은 아니다. 도서관도 많아지고 시간도 많아지고, 책을 내서 읽어야 하는 이유까지 생겼다. 서점에 들이는 책들은 보통 샘플을 받지 않는다. 책이 상하지 않게 목차나 프롤로그 정도를 읽어볼 수 있지만 전문을 읽을 수는 없다. 부지런히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보고 소장하고 싶을 만한 문장을 발견하면 소개하는 방식이다. 도서관에 책장을 둘러보다 보면 입고 하려다 까먹은 책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럼 도매처 장바구니에 슬쩍 넣어둔다.

  팔기 시작하면서 정작 책을 사는 일은 전보다 줄었다. 어차피 반품하지 않을 책들이니 이 책들이 팔리지 않는 이상 전부 끌어안고 죽겠지만, 이 책을 모두 읽고 죽을지는 미지수다. 책방에 쌓여가는 책들을 보며 '책을 어떻게 하면 팔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쌓아둘 공간을 더 마련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도통 팔기보다는 쟁여두는 게 체질이다. 그나마 팔기 위해 하는 노력이 책을 읽는 일이다. 책방을 열 만큼 다독을 했다고는 못하겠다. 책만큼 책방의 가구를 새로 사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걸 보면 책을 전시하는 책방이란 공간을 좋아한다.

  '부족한 만큼 양껏 채워야지!'

  이런 생각을 줄곧 해왔다. 대학에서 문화콘텐츠와 국문학을 전공하면서, 그 이전에는 글쓰기에 선망을 가지면서. 어떤 기간을 정해놓고 책만 마구 읽고 싶었다. 그런 생각만 가지고 대학 도서관은 등한시했다. 졸업이 가까워지고 나서야 대학 전자도서관에 신간이 잔뜩 들어온다는 것을 알았다. 게으름에 핑계를 대자면 대학 때는 그 나름대로 바쁘게 보냈던 것 같고 이제야 그런 시간을 마주했다. 언덕을 올라야 하는 도서관에 가기 귀찮으면서도 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 하고 싶은 일이 꼭 해야 하는 일이 되었다.

  손님들에게는 책을 사라고 하면서 정작 나는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는다는 게 모순일 수도 있지만. 어떤 책은 꼭 돈을 지불해 소장하고 싶어지는 책이 있다. 그런 책은 더 열심히 소개하고 욕심에 몇 권씩 입고하고는 한다. 도서관에 자주 가다보니 이렇게 좋은 공공기관이 있는데 사람들이 책을 살까. 그런 의문이 드는 만큼 책방에서 책을 사는 손님들에게 더 고마워하기로 했다. 부디 이곳에서 잘 키운 책들이 떠올릴 수 없는 누군가의 책장에 튼튼히 뿌리내리기를!

매거진의 이전글 순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