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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진 Dec 17. 2021

책방 밖은 위험해

20211217

  12월에 세워둔 나와의 일정을 하나씩 취소하고 되도록 집에만 머무는 중이다. 전염병 탓도 있지만 일단 춥다. 어디 가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는 추위다. 서점 출근과 아르바이트를 반복하며 최소한의 외출만 하고 있다. 특별한 행사는 없지만 12월이 되어서 책방에 연말 분위기를 낼 만한 소품들을 하나씩 꺼내 두었다. 작년 직장 동료에게 받은 미니트리를 다시 꺼냈고 몇 년 전 친구들에게 받은 산타 오르골에 건전지를 새로 갈아 끼웠다. 부산에서 사 온 오너먼트를 개시하고 눈사람 스티커를 창문에 붙였다. 빨간색 책과 초록색 책을 번갈아 쌓아 트리처럼 만들어두니 지나가던 사람들이 한 번씩은 쳐다보고 간다. 올해는 꼭 근사한 조명을 하나 사려던 숙원 사업도 해치웠다. 빈티지 조명은 워낙 값이 나가고, 구하기도 힘들어서 포기했는데 국산 조명 브랜드에 원하던 디자인 조명이 나와 구입했다. 바깥은 춥지만 책방 안은 따듯한 색의 조명이 밝혀져 있어 더 밖에 나가기 싫다.

  작년에 틀던 히터는 들여두지 않고 난로만 켰다. 히터를 끈 줄 알았는데 키고 나가 생긴 쓰라린 전기값의 기억이 있어 올해는 일단 난로로만 버텨보기로 했다. 작년 겨울 다리가 시렸어서 파티션 난로를 하나 장만했더니 하나도 춥지 않다. 이렇게 따듯하고 안락한 책방인데, 책방 앞에 떨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전 직장에서 받은 금전수! 처음 배송 온 날부터 무겁고, 책방에 둘 자리는 없는 이 친구는 책방의 애물단지다. 옆집 세탁소 사장님은 가을부터 금전수의 안위를 걱정했다. 겨울에 다 얼어버릴 거라 아깝다고 안에 들여놓으라고 하지만 정말 둘 자리가 없는 작은 책방이라 계속 밖에 둔 것이다. 차라리 처음 받자마자 당근 마켓에 올리거나 옆집 미용실에 드리면 나았겠지만 선물 받은 거다 보니 그렇게 처리하기도 애매했다. 오늘은 어제보다도 유독 추워진 12월의 어느 날인데 책방에 나와보니 금전수에 비닐이 하나 씌워져 있다. 바람에 거의 벗겨진 상태이지만, 아마 세탁소 사장님이 둘러주신 것 같다. 군데군데 냉해를 입어서 이파리가 늘어진 금전수. 괜히 밖에 나와 쳐다보고 있으니 지나가던 할머니가 안에 들여놓는 걸 도와줄까 묻는다. 애써 사양하니 한 마디 하고 가신다. "미안하잖아~" 얼고 있는 중인 식물에게 미안하다는 말씀이다. 잠깐 나왔지만 얼른 들어가고 싶은 날씨에 바깥으로 쫓겨난 우리 금전수. 안에 들어와 방법을 찾아보니 신문지로 두르면 낫다는 정보를 얻었다. 신문지는 당장 구할 수 없고 집에 창문에 붙이고 남은 뽁뽁이가 있으니 그거라도 둘러 줘야겠다. 집으로 가서 키우는 고양이를 한참 쓰다듬다가 뽁뽁이를 들고 나왔다. 집 안에 동물에게 붓는 정성의 반만이라도 이 식물에게 주었다면 이런 신세를 당하지 않을 텐데. 잠깐 반성하고 처음으로 금전수를 끌어안았다. 거의 끌어 앉다시피 빙빙 뽁뽁이를 두르고 큰 비닐봉지로 한 겹 더 씌웠다. 이렇게 겨울을 나고 봄에 가지치기를 하면 1년 더 살아줄지 궁금하다. 내 키만 한 식물과 팔뚝만 한 동물을 기르다 보면 그동안 마주했던 모든 돌보는 사람들이 더 대단하게 느껴진다. 유독 할머니들이 나의 금전수를 걱정해준 것은 그동안 많은 것을 길러온 분들이라 그럴지도 모른다. 부디 이 겨울을 잘 버텨주고, 책방에 돈도 좀 들어오게 힘써 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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