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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주훈 Mar 05. 2023

교통사고 이후

새롭게 사는 인생

23년 2월  교통사고가 났다.


월요일 아침 택시 뒷좌석에 앉아서 출근을 하고 있었다. 70km/h 정도 속도로 달리고 있던 택시가 쾅! 하는 굉음을 내고 분리대를 박았다. 그리고 뒤에서 오는 차의 이중 충돌이 있었다. 나는 첫 충돌 때 앞 좌석 태블릿에 머리를  부딪쳐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10~15분 뒤쯤 가슴, 머리를 움켜쥐고 뒷좌석 바닥에 온몸이 구겨져서 깨어났다. (뒷좌석도 안전벨트 맵시다..)


영화에서 봤던 것처럼 정신이 돌아왔다. 가족, 친구, 동료 얼굴들과 인생이 빠르게 지나갔다. 멀리서 호루라기 소리에 눈을 떴다. 손발이 붙어있음을 확인하고 비로소 명치에서 참기 힘든 통증이 몰려왔다. 정강이가 화끈거려서 바지를 걷어보니 양쪽 정강이가 찔리고 쓸려서 피가 흥건했다. 명치 통증이 참을 만 해지자 머리가 욱신거렸다. 피는 나지 않았고 혹이 자라나고 있었다. 차문을 열고 나와서 아래 사진을 찍었다.


응급실에서 CT와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내부에 잘못된 건 없다고 하셨다. 한 2주가 지난 뒤부터 후유증이 몰려왔다. 목과 등 쪽 근육이 정말 없어진 느낌? 턱걸이와 푸시업을 아예 할 수가 없었다. 10분만 앉아있어도 지릿지릿 저렸고 처음 겪어보는 무기력증과 고통에 시달렸다. 체력도 완전히 망가졌다. 예전 러닝할 때 속도와 거리를 도저히 뛸 수 없었다. 등 쪽이 문제가 있으니 다리가 잘 안 올라감.


정신적으로는 삶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생겼다. 인생에서 처음으로 갑자기 ‘훅’ 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나는 ‘죽음’이 스쳐 지나갔고 보너스로 얻은 인생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드니 지금보다 훨씬 더 잘 살고 싶어졌다. 내가 하고 있는 사업, 만나고 있는 사람과 가족에 대해서도 하나씩 생각을 정리해 봤다. 그리고 결국 아래 한 문장으로 계속 되돌아왔다.

 

“내가 인생에서 뭘 얻고자 하는지를 명확히 아는 것”


내가 인생에서 뭘 얻고자 하는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잘 살 수 있을까? 원하는 방향과 목적지가 구체적으로 없다면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원했던 삶을 살 수는 없을 것. 너무 당연해서 진부한 이야기였었지만, 죽음을 마주하고 나니 전혀 당연하지 않고 내가 가장 단단하게 잡고 있어야 하는 주제가 되었다.

역시 Naval도 이렇게 이야기함. 인생에서 뭘 원하는지가 명확할수록 인생의 비전, 목적성, 방향성이 명확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잘살려면 뭘 원하는지 명확히 알아야 함. 나는 이를 위해서 오늘부터 내가 어떤 사람들과 시간을 더 많이 보내고 싶고 영향받고 싶어 하는지, 어떤 문제를 해결할 때 에너지가 충만해지고 동기부여가 샘솟는지, 어떤 문화권 아래서 살고 싶어 하는지, 나의 사소한 취향과 취미들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디테일하게 정리해 나가고자 한다.


앞으로 남은 인생을 사는 대로 생각하기보다, 생각하는 대로 (원했던 대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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