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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주훈 Jan 13. 2024

인간관계

쓸모없는/쓸모있는

2023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사업상 필요에 의해서만 만들어진 관계도 있었지만, 말이 잘 통하고 같이 있으면 즐겁고, 응원하고 싶은 관계도 있었다. 


그런데 학창 시절 "친구"의 바운더리를 넘어서 가까워지는 경우는 드물었다. 어렸을 땐 만났을 때의 즐거움만으로 친구가 되었다면, 사회에서는 서로 주고받을 게 있는지 이리저리 계산해 보는 게 관계의 시작과 발전을 가로막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나도 솔직히 누구를 처음 만나게 되면 "효율성"이라는 이유로 나와의 이해관계를 가늠해 보곤 하니깐..


10년 전 회사원일 때 팀장님이 회사를 떠나면서 "너가 좋은 사람인 거 같고 앞으로도 쭉 보고 싶은데, 우리는 같이 있을 때 즐거우니 계속 볼 수 있을 것 같다."라는 말을 했다. 이제야 팀장님의 말이 이해가 간다. 이해관계없이 만났을 때의 "즐거움"이 존재하는 관계라는 뜻. 


인간관계는 자주 못보더라도 같이 있을 때 즐거운게 중요한 것 같다. 서로 이것저것 도움까지 된다면 더 좋은 거고, 그게 아니어도 만났을 때의 즐거움만으로 관계가 유지된다면 매우 소중한 관계다. 만났을 때의 즐거움이 없으면 서로가 쓸모없어지면 언젠가는 무너지게 됨. 


요즘 나는 인간관계에 있어서 큰 기대는 내려놓고, 즐겁게 지내면서 진심으로 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아직 상대방의 삶의 방향성, 가치관을 충분히 알지 못할 때는 형, 동생 하면서 오래가자라는 말이 차마 안 떨어진다. 애초에 서로의 삶에 대한 이해나 관심이 없이 이해관계만으로 만나는 관계는 오래가지 못하는걸 알기에. 


모든 사람은 하나의 별과 같아서 빛나는 별한테 혹할 수 있어도 거기에 맞추려고 궤도를 잃으면 타들어가게 되고, 결국 각자의 빛을 유지하면서 시너지를 내는 것이 좋은 관계라는 글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 참 명문이라고 생각함. 


상대방 궤도에 맞출 필요 없이, 서로 쓸모없는 일을 같이 재밌게 할 수 있는 사람들과는 오래가는 것 같다. 쓸모 있는 부/명예/권력은 계속 변한다. 내가 어려워지거나 그 사람이 어려워지더라도 쓸모없는 걸 같이 즐길 수 있다면 그 사람과의 관계는 계속 이어지는 듯. 


23년 별 아젠다 없이 수다 떨고, 밥 먹고, 남산/한강 달려주고, 크립토/주식/사업 얘기해 준 사람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24년에도 쓸모없는 일을 함께하면서, 쓸모 있는 인간관계를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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