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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주훈 Dec 12. 2023

2023년 취미 근황

평생 취미 찾기

2023년 12월 나의 취미는 무엇인가? 작년까지는 테니스를 열정적으로 쳤지만 테니스 가방을 잃어버리면서 그 짜증으로 인해서 그대로 손을 놓아버렸다.  


요즘 나의 유일한 취미는 달리기이다. 2021년 지인이 “딱 한 번만 남산을 달려보자” 나를 끌고가서 토할 듯이 한 바퀴 달리고 나서 달리기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분명히 말해두자면 나는 유산소를 싫어하는 달리기 혐오자였다. 그런데 조금씩 늘어가는 체력이 뿌듯하기도 했고, 달리는 동안 오롯이 나의 호흡에만 집중하면서 골치 아픈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 주는 게 좋았고 무엇보다도 고통스럽게 완주했을 때의 쾌감은 어떤 스포츠보다도 강렬했다. 거기에 체중 감량은 덤. 


완주의 쾌감이 큰 만큼, 달리기를 하러 밖에 나가는 마찰력도 매우 컸다. 여름은 덥다는 핑계, 겨울은 춥다는 핑계, 일이 빡센날은 힘들다는 핑계.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핑계를 넘어서기 위해서 나는 매주 4개의 달리기 모임을 만들었다. 월요일은 양재천을 함께 뛰는 대표님과, 수요일은 남산을 함께 달리는 2명의 지인과, 토요일은 남산과 한강을 번갈아 달리는 주주와 그리고 일요일은 나를 달리기에 입문시켜 준 지인과.


유난히 포근했던 지난주 일요일 나를 입문시켜 준 지인과 처음 달렸던 남산 한 바퀴 코스를 돌았는데 겨울 남산 냄새, 지인과의 달리면서 하는 스몰토크, 바스락 거리는 낙엽 소리, 가뿐한 나의 숨소리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내가 움직일 수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달리기라는 취미를 계속하게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오늘은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취미 한 개를 잠재의식 속에서 끄집어냈다. 바로 글쓰기. 나는 어려서부터 글쓰기를 참 좋아했다. 중학교 때 선생님은 내 문체가 생떽쥐베리를 닮았다고 칭찬한 적도 있었다. (오늘날 생각해 보면 엄청난 칭찬이었음) 


내 생각을 구체적으로 읽을 수 있는 글로 빚어내고, 누군가가 읽어준다는 것 자체가 어렸을 때부터 즐거움으로 다가왔었다. 그런데 사업을 하고 나서는 글쓰기란 즐거운 나의 취미가 아니라 무엇인가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수단으로 자리 잡으면서 취미로서의 글쓰기는 사라졌다.그런데 오늘 이 글을 시작으로 다시 한번 글쓰기의 즐거움을 찾아보기로 마음먹었다. 


이렇게 평생 간직하고 싶은 취미 2개를 채웠다. 뭘하던 꼭 3개를 채우고 싶어 하는 것은 나의 오랜 습관인데 평생 즐길 수 있는 나만의 취미를 하나 더 찾아보려니 그것 자체가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가까운 사람들과 이번주 이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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