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령 CEO의 [밀레니얼 라이프]에 소개되다
PUBLY의 박소령 CEO가 쓴 칼럼입니다. 전문은 링크에서! (http://opinion.mk.co.kr/view.php?year=2019&no=175077)
요즘 스타트업 창업가들과 미팅을 하면 꼭 물어보는 질문 두 가지가 있다. HR 업무를 전담하는 분을 팀 규모가 몇 명일때 채용했는지, 그리고 스트레스 관리를 어떻게 하는지다. 첫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스무명 전후가 제일 좋은 타이밍인 것 같다는 의견을 많이 받았다. 두번째 질문에 관해서는 올해 들어 부쩍 늘어난 대답이 ‘명상’이다. 나 역시 실리콘밸리에서 나온 ‘Calm’이라는 명상 앱을 결제해서 사용하고 있는데 만족도가 높다
‘Calm’은 올해 2월 약 1,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으면서 유니콘 스타트업으로 등극했다. 한국에도 명상 비즈니스를 하고 있거나 준비 중인 팀들이 여럿 있지만, 내가 소개하고 싶은 것은 ‘왈이의 마음단련장’이라는 서비스다. 남산 턱밑 이태원 소월길에 있는 작은 공간에서 명상, 요가를 중심으로 마음을 돌보는 방법을 알려주는 곳이다. “나 이번에 헬스장 끊었어”라고 말하듯이, 마음을 돌보는 일도 일상적인 문화가 되면 좋겠다는 문장이 인스타그램(@wal.8am) 프로필에 적혀있다
‘왈’은 2017년 여름, 노영은, 김지언 공동대표 두 명으로 출발한 20대 여성 창업 팀이다. 김지언 대표는 퍼블리에서 1년 넘게 일하다가 창업을 한 경우다. 초기에는 직장인 마음을 돌보는 출근길 오디오 콘텐츠를 100개 정도 만들었고, ‘마음 건강’이라는 핵심 키워드로 좁혀서 고객을 직접 만나는 오프라인 서비스로 사업을 크게 전환했다
전환의 계기는 두 창업자의 경험 때문이다. 자신들이 만드는 콘텐츠가 고객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답이 보이지 않고 막막해질 무렵, 에너지가 소진되는 시기가 찾아왔다. 병원에 다니고 상담을 받으면서 마음 건강이라는 것은 개인이 직접적인 행동을 해야만 변화가 있고, 친밀하게 눈을 마주치면서 살갗을 대는 형태의 서비스여야 한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고. 소수의 사람들이라도 그 사람의 삶이 진짜로 변하는 것, 그 사람의 마음이 정말로 달라지는 것을 보고 싶었던 목마름이 디지털에서 오프라인으로 방향을 바꾸는 원동력이 되었다
왈이 집중하는 고객은 3년차 직장인 여성이다. “직장에는 익숙해졌는데 이렇게 사는게 맞나? 나 너무 힘든데 어떻게 해야돼?”라는 고민을 시작하는 이들, 그리고 스타트업에 다니면서 일에 헌신하느라 마음을 제대로 신경쓰지 못하는 이들도 주요한 타겟이다. 일하는 여성에 대한 주변 레퍼런스가 없어서 외로웠던 20대 밀레니얼 여성들이 함께 모여서 서로 감정적인 유대를 바탕으로 대화를 하고 정보도 나누고 문화 생활도 즐긴다
노영은 대표는 치료가 아닌 예방을 위한 마음 건강 시장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은 마음을 돌보는 방법을 배우고 여기에 돈을 쓰는 것 자체가 대부분에게는 어색한 상황이지만, 10년 전에는 요가가 낯설었듯이 명상이 현재 그런 단계이고, 10년 후에는 지금의 요가처럼 명상이 대중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음 건강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사용 경험을 이야기하고 후기가 쌓이고 정보 공유가 되어서 좋은 서비스가 경쟁에서 살아남는 시장이 형성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마음을 돌보는 기술이 그 어떤 것보다 필수적이고, 무엇보다 멋있고, 일상적인 일이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내고 싶어요.”라는 것이 두 창업가의 비전이다
처음에는 거의 폐허였던 장소를 꾸미고 다듬고 페인트칠 해가며 지금의 공간을 만들었다. 다음달 월세의 압박 속에서도, 이들은 찾아오는 고객들이 따뜻한 공간에서 얼마든지 울 수 있도록 보일러를 아낌없이 튼다. 서울 어딘가에 마음을 열어낼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 자체가 평일을 살아낼 힘을 준다고 이야기하는 고객들이 있다. “오늘 마음이 어때요?”라고 물어보는 밀레니얼 창업가들이 새로운 세계,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