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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zzy Dec 20. 2021

야경

밤바다를 품은 야경이 보고 싶어서

야경을 듣다 문득 먼 데 어느 높은 곳에서

지난 시간을 조망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싶단 생각을 했다. 그게 밤이든 낮이든

크게 상관 없을 듯 해도

새벽 시간대라면 더 좋을 것 같았다.

한 해를 흘려보내는 어느날의 어둑어둑한 시간,

밤과 새벽이 디졸브되는 때.

관계이든, 일이든

조금 떨어져 멀리서 바라볼 수 있는 시공간.

그런 데가 가고 싶어졌다. 노래를 듣다가.


예전엔 불쑥 바다를 가 일이 잦았다.

친구와 밤기차나 차를 타고

새벽녘 기차역, 터미널, 주차장내려 일출을 보 걸었다.

쌀쌀한 거리 기온을 곧 이어질 풍경으로 미리

참아가면서, 모래사장을 향해 걸었다.

해안가에 사람들이 서서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모습 흥미로웠다.

가을의 불꽃놀이나 바닷가 일출이나 일몰...

한 방향으로 늘어선 사람들을 보는

인파 구경도 재미났다.

해를 보기도 하고 못 보기도 했는데,

둥근

해가 뜰 때까지 동해안 해안가를

수많은 사람들과 버티고 서 있던

쌀쌀한 겨울밤의 어느 날들이 떠올랐다.

바다로 불쑥 떠나던 계절은 주로 늦가을

혹은 겨울, 아니 여름, 혹은 봄.

계절을 가리진 않은 것 같아도

주로 겨울 더 기억이 난다.

12월이니까.


친구와 밤늦게 대화를 나누다 그 날이 마침

금요일이나 토요일이면

지금 바다를 보러 갈까,

라는 말을 나누고 불쑥 떠났다 돌아오곤 했다.

바다를 갈 시간이 부족하면

호수라도 ...

그렇게 늦가을 초겨울 밤에 다녀온 바다들이

많았다.

불쑥 생기는 마음들을 잘 따라 다녔

그러다 해가 계속 흘러

밤을 새는 체력이 달리는

시기에 이르렀다.

최근엔 밤바다 아경을 보지 못했다.

바다를 가고 싶은 마음과

충동을 체력으로 보장하 

야경에 휩싸이는 게

가능한 시간들이 그리웠다.

겨울 바닷가 앞에 멍하니 앉아 있다

서울로 돌아오 새벽 혹은 낮.

그러면 한동안은 그 기분 안고

힘든 것도 힘들지 않게 여기며 잘 살았다.


오늘 문득 사람들이 줄줄이 버스를 기다리는

풍경 너머,

푸르고 붉은 투 톤으로 경계를 둔 저편 하늘을 보며

먼 바다를 보는 듯했다.

다같이 일출을 기다리던

야경 밤바다가 떠올랐고,

다음 번 야경에 취한다면

새벽녘 어스름을 품은 밤바다이고 싶었다.

멀리서 내려본다면

부산, 인천, 강릉 지방 도시 어딘가

야트막한 산이라도 관계없고

섬이나 이국이라면 더 좋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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