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경을 듣다 문득 먼 데 어느 높은 곳에서
지난 시간을 조망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싶단 생각을 했다. 그게 밤이든 낮이든
크게 상관 없을 듯 해도
새벽 시간대라면 더 좋을 것 같았다.
한 해를 흘려보내는 어느날의 어둑어둑한 시간,
밤과 새벽이 디졸브되는 때.
관계이든, 일이든
조금 떨어져 멀리서 바라볼 수 있는 시공간.
그런 데가 가고 싶어졌다. 노래를 듣다가.
예전엔 불쑥 바다를 가던 일이 잦았다.
친구와 밤기차나 차를 타고
새벽녘 기차역, 터미널, 주차장에 내려 일출을 보러 걸었다.
쌀쌀한 거리 기온을 곧 이어질 풍경으로 미리
참아가면서, 모래사장을 향해 걸었다.
해안가에 사람들이 서서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모습은 흥미로웠다.
가을의 불꽃놀이나 바닷가 일출이나 일몰...
한 방향으로 늘어선 사람들을 보는
인파 구경도 재미났다.
해를 보기도 하고 못 보기도 했는데,
둥근
해가 뜰 때까지 동해안 해안가를
수많은 사람들과 버티고 서 있던
쌀쌀한 겨울밤의 어느 날들이 떠올랐다.
바다로 불쑥 떠나던 계절은 주로 늦가을
혹은 겨울, 아니 여름, 혹은 봄.
계절을 가리진 않은 것 같아도
주로 한겨울이 더 기억이 난다.
12월이니까.
친구와 밤늦게 대화를 나누다가 그 날이 마침
금요일이나 토요일이면
지금 바다를 보러 갈까,
라는 말을 나누고 불쑥 떠났다 돌아오곤 했다.
바다를 갈 시간이 부족하면
호수라도 ...
그렇게 늦가을 초겨울 밤에 다녀온 바다들이
꽤 많았다.
불쑥 생기는 마음들을 잘 따라 다녔고
그러다 해가 계속 흘러
밤을 새는 체력이 달리는
시기에 이르렀다.
최근엔 밤바다 아경을 보지 못했다.
바다를 가고 싶은 마음과
충동을 체력으로 보장하며
야경에 휩싸이는 게
가능한 시간들이 그리웠다.
겨울 바닷가 앞에 멍하니 앉아 있다
서울로 돌아오던 새벽 혹은 낮.
그러면 한동안은 그 기분을 안고
힘든 것도 힘들지 않게 여기며 잘 살았다.
오늘 문득 사람들이 줄줄이 버스를 기다리는
풍경 너머,
푸르고 붉은 투 톤으로 경계를 둔 저편 하늘을 보며
먼 바다를 보는 듯했다.
다같이 일출을 기다리던
야경 밤바다가 떠올랐고,
다음 번 야경에 취한다면
새벽녘 어스름을 품은 밤바다이고 싶었다.
멀리서 내려본다면
부산, 인천, 강릉 지방 도시 어딘가
야트막한 산이라도 관계없고
섬이나 이국이라면 더 좋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