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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zzy Dec 14. 2021

그대는 나무 같아

나무가 춤을 추면 바람이 불고 ...

연변에 가서 윤동주의 그림을 찍어온 적이 있다.

윤동주가 살던 마을로 들어가던 중였는데

여름날 비가 너무 내려 길이 막혔고

그날 일정은 취소되었다.

대신 윤동주가 나온 중학교에 들러 시비를 보고

자료들을 관람했다.

아날로그 필름 사진기를 가져갔고

그림 속의 윤동주를 찍어 동네 사진관에서 현상했다.

오래 전 일이다.


문득 코로나19가 종식된다면 가고 싶은

곳을 떠올리다 북간도 윤동주 고향이 가고 싶어졌다.

그때 빗길에 멈춰 걸음을 중단해야 했던 그 길.

언젠가는 다시 가보고 싶었던 길목.

떠나고 싶었다.

윤동주 시집 한 권 들고 떠나는 여행.


물론 서울에서도 윤동주 흔적을 느낄 수 있다.

올해 여름 주말 해가 늦게 지는 저녁 길,

서촌의 친구 작업실 찾아가다

우연히 윤동주 하숙집을 보았다.

그날도 장맛비가 내렸다.

구글이 가르쳐주는 길을 따라가다

인왕산 초입 길, 윤동주 옛 거처를 만났다.

반가운 마음에 사진을 남겼다. 한적한 길가였.

걷고픈 길이었다. 사실 친구네 작업실은

그보다 앞쪽에 있었는데,

구글 지도를 따르다 보니

동네를 빙빙 돌아간 것인데

그렇게 돌다 윤동주의 자취를 따랐고

그래서 더 뜻밖의 우연으로 마음에 두었다.

서촌에서 조금 가면

윤동주 문학관도 있다.

경복궁역에서 신영동, 평창동으로 넘어가는 

청운동 산길, 윤동주 문학관과 언덕길이 나온다.

몇 차례 걸었던 오르막인데 야경과 한옥 도서관이

아름다운 길이다.

종로 도심 일대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윤동주 하숙집이 있던 한적한 서촌 길목
시를 잊은 그대에게, 드라마에서 데이트 배경으로 등장한 윤동주 문학관


비오던 날 멈췄던 윤동주 길목을

언젠가 간다면 그곳에서

윤동주의 시, <나무>를 고 싶다.


나무가 춤을 추면

바람이 불고,

나무가 잠잠하면

바람도 자오


나무를 지지하는 바람이 맘에 들어서,

이 시를 읽을 때면 종종

무엇을 좇아 내가 살고 있을까,란 고민에 대해

어떤 시기마다의 답을 생각해보게 된다.

정답은 없지만 ...

나무를 존중하는 바람이랄까.

먼저 나서지 않고 그렇다고 빼지도 않는

어떤 마음들이,

주저하는 듯하지만 영혼이 느껴지는,

좋아하는 춤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윤동주가 일생토록

지녔던 부끄러움용기와

일견 비슷한 맥락이기도 하다.

나무와 바람...

나를 이끄는 나무와 바람에 대해서도

이따금씩 떠올려 보게 된다.


나무가 바람에 흔들릴 땐,

가끔은 바람에 의해 흔들리기보다

나무에 의해 바람이 이동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나무를 좋아해준 바람이

그에 맞춰주고 있다고.


겨울 청송 주왕산의 숲길. 나무와 부대끼는 바람.
늦가을 북한산 초입의 나무와 바람과 비


https://youtu.be/PSjwLiNnUrc

그대는 나무 같아... 박지윤의 노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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