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아프레스 Mar 21. 2022

곤투모로우, 갈 수 없는 나라

그간의 동경 인물들을 겨우내 함께 그리워 했다.


https://youtu.be/J1cQfJm9j2Q


무엇이 그토록 서글펐던 걸까.

이번 겨울(저장해둔 메모를

다시 하는 지금으로선 지난 겨울)

뮤지컬 <곤투모로우>를 보며

내 안의 슬픔을 정화해 간다.(갔다.)

왜인지 곤투모로 몇 장면을 보고 있으면

울게 된다. (됐다.) 

눈물 흘리게 만든 특정 노래와 장면들 겨우내 보았다.

김재범 배우의 연기와 목소리에 감흥해,

흠모하던 이들을 만나는 시공간 여행을 했다.

오롯이 감사할 따름이다.

겨울을 버티는 에너지를 준 시간들.

211204-220227

<곤투모로우>는 1884 갑신정변의 주역 김옥균과, 

그를 제거하 어명을 받은 한정훈 비극적 관계 그린다.

역사상 기록은 프랑스 유학생 1호로 알려진,

조선관료 홍종우가  1894년 상해 동화양행에서

옥균을 암살 것인데,

뮤지컬은 팩션을 표방! 

족보를 팔고 떠도는 인생, 구한말 저층 계층 한정훈이

관료인 홍종우인 척 하면서

김옥균에게 접근 

이홍장의 밀서를 가진 양 연기하

암살도모하는 픽션이 되었다.

이렇게만 얘기하면 단촐하게 암살범 임무를

다룬 것 같지만, 이 얘기는 이 모티브에서 발전한다.


이 저격범이 사실은 시대의식을 가졌고

새로운 시대를 꿈꾸는 이라,

갑신정변의 주역 김옥균을

실패한 혁명가 잠재력을 지닌 영웅으 여기,

인간적으로 이상적 인물 동경 왔다.

본인은 국적도 묻지 않는 프랑스 외인구단 군인으로

떠나 삶을 새로이 시작할 생각이었으나,

그를 한번 보고 싶어하는 마음 역시

은연 중 지녔.

내심 본인 의지로 신분 벗어나

홀로의 성공을 바라던 야망가기도 했으나,

세계를 쉽사리 저버리진 못했다.

타인을 위한 시선,

민중을 걱정하는 연민 했다.

이런 다단한 역할은 배우 여럿이 번갈아 했는데,

김재범 배우 팬인지라 그의 출연 회차들 위주로 감상.

무대 위 동경과 번뇌, 절망, 집념을 드러내는 기를 

 놓고 바라 보,

현실의 상황과 과거 존경자들 겹쳐 떠렸다.

배우를 통해 나는 나의 많은 이들을 떠올렸다 잊혔다

기억 속 여행을 했다.

배우의 그림자 하나도 놓치 않을 양,

그의 무대 동선에 시선을 고정하며, 

한겨울 그 작품에 흠뻑 빠져 지 것으로

나의 겨울은 그걸로도 충분했다.

공연이 막을 내린 후 공허해질 정도로,

내겐 깊이 각인된 작품였다.

황정민이 연기한 귀도, 뮤지컬 나인 이후

십여년 만에 어떤 캐릭터에 심취해 버렸다.

보고 또 보아도 또 보고 싶은 마음였고

몸이 못 가는 날에는 마음으로 무대를 그렸다.

존경과 애증, 혹은 실망과 미련 등

각종 감정 종합세트를 경험케 한정훈 때문에,

내 안에 많은 인물을, 김재범 배우 한 명이

응축해 다 표현해주고 있었기에...

시간만 나면 아니, 시간을 내어

극장에 스스로 존재했다.

나만의 집을 짓듯 그 안에 틀어박혀

수많은 생각이 통과해갔고

다소 정리으며, 다음 계절 봄으로 이동하기 위한 마음을,객석에서 경험했다.


특히 한정훈이 일본에서 김옥균을 떠올리며 부르는 노래가 있다.

김옥균을 묘사한 뮤지컬 넘버 <갈 수 없는 나라>.

그저 가사만 보았을 때는,

작가가 김옥균을 진짜 좋아해 글을 썼구나

싶을 정도로, 역사적 인물에 대한

편향적 정서만 보이지만,

이게 노래가 되고 배우가 감정을 불어넣어줬을 땐,

그저 한 인물만이 아니라

그에 어울리는 자신만의 인물들을

데려오게 만든다.

찬란한 표정은 사랑스러운 기억을 부르기도 하고

호기심 어린 웃음은 소년 같은 정서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정치극이지만 정치와 맞물린 개인들의

마음을 하나하나 떠오르게 한다.

한때 동경했고 사랑했고 몰랐거나 너무 안다 믿었던

어떤 이들을 말이다.

동경으로 인한 애달픈 정서가 발로되어

맘이 아파지는 곡이다.

극중에서 이 곡은 한정훈이 김옥균을 만나기 전과

만난 후에 미래 시점과 현재 시점으로

반복되어 흐르는데,

슬픔을 예감한 듯

표면적으로는 실패할 수밖에 없는

구한말 현실과 맞물리어

서글프게 다가온다.

소속이 있지만 그 안에도 밖에서도

어디에도 발을 딯지 못한

외로운 이의 처지는 물론이고

비극적 결말을 향해 치닫거나 앞이 보이지 않더라도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놓지 않은 채,

기어코 꿈꿀 수밖에 없는 보통의 삶까지...

모든 대상과 환경을 위로해가는 곡이다.


https://youtu.be/UHpdyhJT66g



"멀리서 한 남자를 본 적 있네

단아한 모습과 빛나던 눈동자

빛으로 싸여진 눈부신 자신감.

그 이름 궁금해


모두그 이름 외쳐불렀네

하늘이 선택한 희망의 구원자

갈 곳을 제시한 모두의 새벽별

그 이름 외치며 꿈을 꾸었지


무엇이 빛을 꺾었나

무엇이 그 길을 막았나

삼 일, 겨우 삼 일만 허락된 꿈

이리도 원하는데

갈 수 없는 나라

그곳은 갈 수 없는 나라


언젠가 한 사람을 만나려나

내 가슴 불꽃을 깨워줄 그 이름

빛나는 아침을 함께 할 그날이

언젠가 오려나

그날이 오려나

닫힌 문을 여는 두 손


갈 수 없는 나라

아직은 갈 수 없는 나라"


이렇게 흠모했으니...

김재범, 아니 홍종우인 척 하는 한정훈은

고종의 지령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와중에도

고뇌하며,  번을 방아쇠를 당기려다 거두고 마는 자로서,

대의와 명분 vs 자기 가치관 하에서

정서적 회오리를 겪는 이인데,

김옥균에 대한 마음이 깊어지는 가운데,

그를 앞에 두고 고뇌하고 거사를 치르지만,

이후 여정은 

목숨을 내놓은 

총잡이, 칼잡이가 되어 과감하고 담대한 

친일파 관료 등을 겨냥한 암살범으로 살아간다.

결국 자신을 고용한 주체에 의해

그 역시 제거 당하나 마지막까지

본인 삶을 다해낸다.


역사적 팩션인데 한편으로는 홍콩 느와르 필름를

보는 느낌도 강, 정훈은 강한 연민을 풍겼고,

한파가 이어지는 한겨울 순간에

이 넘버가 함께 해 겨울이 따뜻했다.

신과 배반이 맞물리는 와중에도,

어쩌지 못하는 의리가 있고,

그 의리를 지키려다 손에서 놓아버리고

그 순간 후회와 절망 끝에

삶의 노선을 달리 하고

질주하듯 무언가에 매진하며

처절하나 폼나게 인생을 마무리하는 것.

우정과 사랑, 정의 내릴 수 없는 색채의

깊은 정서들까지도

노래가 흐르는 순간 함께 흘러갔다.


21년의 겨울과 22년의 초봄

그때의 기억과 현실 안 주변 인물들을 이 노래 한 곡이

고스란히 감싸 주었다.

서글픔을 ,기억의 통로를 지나 찬란히 박제하도록.




매거진의 이전글 "다정하게 안녕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