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아프레스 Mar 24. 2022

랫풀다운을 하며

커넥션


https://youtu.be/mpmtnLLZPcg


연결에 대해 생각했다.

팔로 대를 끌어내려

반복하는 운동인, 랫풀다운이

등 운동이라고 알게 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작년 봄에 안 사실.

목뼈에서 수시로 끼익끼익 뼈 갈리는 듯한

소리가 나서 가뜩 예민해졌을 즈음,

몸 쓰는 친구에게 고통을 토로하니,

친구는 등운동을 하라고 했다.

정확히는 광배 운동!

그땐 목이 아픈데 왜 등일까,

싶었는데

운동을 하면서 느끼는 게

어느 한 부분만을 위해서 이뤄지는 운동은

별로 없는 듯했다.

팔목 힘이 약하고 노트북과 컴퓨터를

써온지 수십 년 되니

상시로 손목터널증후군이라는

직업병을 갖고 있는데

이또한 팔에만 침을 맞고

팔 운동만 해서 고쳐지는 건 아닌 듯했다

모든 게 연결 지점이 중요한 것 같았다.


등을 단단히 만들다 보면

약한 목도 바로 설 것이고

어깨와 팔 전체가 근육량이 늘면

손목도 덜 피로할 수 있다는 사실.


깨달음은 늦었지만

인지했단 사실만으로도 반은 다행이다.



오늘은 랫풀다운을 하며

등에 집중하기 위해 애썼다.

랫풀다운은 글자 그대로

(라틴어 Lat.)을 풀다운하는 것,

광배근을 끌어내리는 운동인데

처음에 하면 승모근과 팔목에 힘을 잔뜩

주게 되지만

하다 보면

점차 내가 집중해야 할 곳은 등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잘하는 이들은 등에서도 어디인지,

정확한 지점을 알게 된다.


나는 두루뭉수리하게 등짝 정도로 자극을 알 뿐,

등에서도 딱 여기, 정도까지의 내공에는

도착하지 못했다.


다만, 등을 내릴 때

견갑골을 내려 '후인하강'하는 숄더패킹의

개념을 알게 됐고

그 점만큼은  신경 쓴다.

또한 의자 끝으로 엉덩이를 맞추고

복근은 아직 없으나 배에 힘을 주고

손목이 팔과 평행하게,

주먹 쥔 양 손이 꺾이지 않도록 애쓴다.

시선은 좀 위로 보내고

기계와 기장이 질 맞지 않는 두 발은

조금 까치발로 세운다.

폼은 여전히 좀 우스운 듯도 하다.

그래도 나름 뿌듯해하며 꾸준히 하는 종목(?)이다.

랫풀다운을 열심히 했음에도

다음날 아무런 등 통증이 없으면

내가 신경 못 쓴 게 있나 싶어서

그 다음 날 다시 다른 부분을 돌아본다.


등 근육 운동을 하나 하기 위해서도

내 몸의 두뇌와 발, 손,  팔, 다리, 배, 허리 등,

보이지 않는 곳곳이 잘 기능하고 도와줘야 하는 것.

그게 새삼 각인된다.


최근에 <그해, 우리는> 스브스 드라마를

몰아 보았는데

끝편 즈음 여주인공 연수가, 인생을 돌아보는 장면에서

자기 혼자 애쓰며 버티고 사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었단 말을, 할머니에게 한다.

극 중 캐릭터 나이가 삼십 대 초쯤인 거 같은데,

그게 굉장히 공감이 다.

그 전에는 혼자 성공하려 애쓰고 시간 효율적으로

쓰려고 하고 (극 중 국연수는 낭비하는 시간이

없기 위해 강박처럼 꽉 채워 열심히 사는 이로

나온다.) 어떠면 자기 잘난 맛에 산다 해야 하나,

그런 인물이었지만 연애를 통해 자신을

내려놓고 돌아보는 과정을 겪는데,

그 중에서도 주변 친구, 선배, 동료 등이

늘 옆에 존재했단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다.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을 참아왔다고 생각했으나

그게 아니라 충실히 자신은 행복했다는 것을

알아채는데...

그런 시기를 누구나 통과하는 것 같다.

나도 서른 즈음, 그런 사실이 폭풍처럼 게 다가와

서른 사춘기라 해야 하나,

그런 봄을 길게 겪었는데

드라마를 보며 그 봄날 생각도 났고

다시 한 번, 공존과 연결의 소중함을

생각해보게 됐다.


신체뿐 아니라 세월도, 추억도 ... 그런 연결 지점이

촘촘이 이어져 자신을 형성해간다.

어떤 게 너무 답답하거나 힘이 들 땐

주변을 돌아보지 못하는,

시야가 좁아져 더 어려워지는데,

그때 누군가 옆에 있었고 지금도 있고

그리고 또 삶에서 계속 그러할 것이란

믿음이 있어야 할 것 같다.


내게는 목이 아플 때 등 운동을 하라 말해준

몸 쓰는 친구와,

손목이 아플 땐 프로게이머들의 키보드를 꼼꼼히 분석해 오래 써도 아프지 않을 기기를 찾아내준,

 글 쓰는

친구가 있었다.

그리고 견갑골의 후인하강, 숄더패킹 개념을

반복해 시범하며 알려준 트레이너 코치도 있었다.


점점이 그런 시간들을 기억하고

그 순간의 깨달음을 스스로 습관에 녹여내

목도 손목도 등도 건강한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랫풀다운을 한 후 생각했고

짤막히,

사이클링을 타며 적어보았다.


2022.03.24. 운동 중


p.s. 판 두드릴 때 배경음악은 커넥션이라는 제목의

잠비나이 연주곡으로 들었고,

이 뮤비에는 또 무의식적인 염원의 세계를

춤으로 아름답게 선보인 배우 오륭의

퍼포먼스가 나오는데,

보아도 보아도 감동. 일상의 다른 출구로

숨 쉴 수 있는 힘을 건넨다.

잠비나이 커넥션 뮤비 중 편애하는 끝부분 장면들. 출연자 배우 오륭






매거진의 이전글 곤투모로우, 갈 수 없는 나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