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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zzy Feb 18. 2022

기분 따라 필라테스

그 기분을 따라가 보자

필라테스 학원 로비 필라 매거진


뭐든 확 불이 붙고 꺼지 시간들에서

운동만틈 나를 제어할 수 있는 수단은 없 보였다.

성격을 알아가면서 꾸준히 가까워지는 건

운동이다.

스트레스 받고 답답하고 무력해진다 싶을 땐

그 징조가 보일 참이면 잘 참았다가

밤이 되면 달린다. 그러면 몸에서 피로함을 털어내고

다시 새 기분으로 갈아타게 된다.

이번엔 주변 어른의 제안으로 필라테스를

시작하게 됐다.

필라테스를 하는 지인들이 늘어나기도 했고

저마다 해보라고 권해주는 추세인데,

편승하기 싫어하는 내가

그 싫은 성향을 반대로 극복해서

평범한 선택을 하고 싶었고,

한번 쏠린다는 것을 따라가보고 싶었다.

새로이!

바로 내키지는 않는데

울며겨자먹기로 돈 아깝단 생각  하면서

필라테스를 끊었다. 그것도 가장 할인율과

회원비가 저렴한 학원으로 특가 떴을 때

30회 예약했다.

이번 달 넘으면 0 만 원 올라요!

원래 필라테스에 들 돈이면

피티 트레이닝을 한번 더 받고 싶어,

필라테스를 끊으면서 망설인 건 사실이다.

점차 헬스근육 키우는 동작들에

재미를 붙였고 꾸준히 하고 싶었다.

가장 꺼리던 대상과 가까워지는 건 묘한 경험이었으니까.


그렇게 어정쩡 설을 지나

음력 새해 첫 필라테스 수업에 나갔다.

그런데 웬 걸,

너무나도 흥미로웠다.

근육을 피는 느낌이 시원했고

하루의 노곤함을 상쾌함으로 전환하는 듯했다.

선생님 안내에 따라 천천히 움직이고

어떤 근육을 쓰는지 집중해야 하는

시간이 즐거웠다.

무언가에 몰입하는 경험은 소중하다.

발바닥에 힘이 갔는지

골반을 내민 건 뒤로 잘 뺐는지

팔과 어깨에 힘을 뺐는지

배에 힘을 주고 있는지,

내가 집중하는 순간 순간에 따라

힘이 이동하는 걸 감지하는 게 재밌었다.


코로나 19 전에는 집에 들어가기 전

동네 지하 수영장에 들러

20분에서 60분 가량 수영을 하곤 했다.

시간이 영 없을 땐 10분이라도

물 안 레일을 반복해 돌고 나오면

몸도 머리도 맑아지는 느낌을 얻는다.

매니큐어를 진하게 바른 날이면

물 속에 비치는 손톱 색이 굉장히 도드라지게

예뻐 보인다. 특히 파란색.

울고 싶 날에도 수영장에서 수영할 때

울면 티도 안 나고

마음이 정화돼 나올 수 있다.

수영장은 일종의 일상 고해소 같은 곳였다.

내 감정에 솔직하고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을 공간.

레슨은 대학 시절 받았고

사회로 나온 이후는 줄곧 쿠폰 끊어

홀로 수영했다.

사람 없는 늦은 시간 혹은 이른 시간,

주말 여유로운 시간에

다른 경계로 넘어가 고독하게

노젓는 기분으로 생활 에너지를 재충전했다.


그런 수영만큼은 아니다.

그래도

필라테스의 첫인 역시 알 수 없는 여유로 다가왔다.

조세프 필라테스가 창시해 라반이 이어 받아

운동법으로 정착했다는 필라테스.

사람 이름이 운동명인 것조차 흥미로웠다.

필라테스 선생님 덕분에,

시간의 강을 건너 지금

기분과 몸의 변화를 위해 필라테스를 시작했다.

얼마나 변할지는 알 수 없다.

필라테스 스승께서는

열 번 하면 내가 변한 게 보이고

이십 번 하면 남이 날 변한 걸 알고

삼십 번 하면 완전히 달라진 몸을 느낄 거라고

하셨다는데, 사실 그는 창시자이니깐

그 효과를 누구보다 더 믿게 되셨을 터이고

의심 강한 나로서는

온전히 달라진다는 데 대한 확신은 안 서지만

기대감이란 건 갖게 됐다.

서른이라도 뻣뻣하면 몸이 늙은 것이고

예순이라도 유연하면 젊은 것이라고도 했단다.

몸을 젊게 유지한다는 게 어떤 걸지,

새삼 깨닫게 되는 요즈음

(몸이 늙는 것을 자연스레 받아들이려해도

어쩐지 그 속도를 늦추고 싶은 건

건강하게 보내는 짧은 시간이

아파서 보내는 긴 기간

시간의 양과 질이 현저히 도드라진단 걸 겪으면서다.

찬란히.)

필라테스에 대한 기대감으로

좀 더 영~ 한 몸을 욕망해보아야겠다.

욕망과 역시 거리가 멀어,

욕망 없음을 욕망하는 더 어려운 상태라는

친구의 진단처럼,

뭔가를 간절히 바라는 것에서 심드렁해져 는데,

이런 시큰둥함이 필라테스로 극복되어

다른 나를 만나고 싶다. 생기 있게!

그 다른 나가 지금의 나와 완전히 다르기보다는,

지금의 나에서 엑기스, 어떤 정수만 남기고

다 체로 거른 채

부차한 번잡한 마음이나 허영, 욕심 뭐랄까

내가 바라지 않는 어떤 감정들을 더 많이 제거하고

고소한 참기름 참깨 정도로만 남으면 좋겠다.

몸 역시 기름을 제거, 퍽이나 날렵해

수영장 몇 바퀴 가뿐히 도는 체력으로 거듭나도록,

필라테스의 몸이 수영과 달리기, 등산의 몸에게도

빚을 지기를 기다려 봐야겠다.


필라 직후 기분




~ 출근길 다음에 계속...운동일지 이어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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