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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zzy Feb 22. 2022

거꾸로 걷는다

by 어반자카파, 돌아서기 아쉬워 거꾸로 걷는다.

마포를 헤맨 밤이 있었다.

퇴근 후 시간 이후 친구를 만나기로 했고

한 시간 가량 무용 공연을 볼 참이었다.

공연장은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문화 공간인 듯했고

안 가본 곳을 무척 좋아하는 성격으로서는,

어쩐지 기대가 더 증폭되는 곳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날은 왜인지

퇴근길에 피곤기가 쌓인 밤이었을까.

그 장소를 잘 못 찾고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나 지금 우울한가. 길을 못 찾을 땐

왠지 마음 안이 의심스럽다.

왜냐하면 길눈기로 친구들 사이에서 유명해,

길을 잃은 건 좌표를 잃었다는 것이고

스스로 좀 정신이 흐리멍덩해졌을 때를 뜻한다.

몇 만 명 오미크론, 코로나 19 확진자가 나오는 시기에도 불구하고

마포역에는 금요일 밤을 즐기는 들로 북적였고

유흥가 골목에서 걷다 마을 버스를 탔다

다시 잘못 타서 다 마을 버스로 갈아타고

또다시 내려

이리저리 번화가를 쏘다다.

거리 벽화와 공공조형물 사진을 좀 찍었다.

행화? 동네 이름이 아름다웠고

그걸 형상화한 복숭아를 보면서도

좀 재미 있었고

주변에 초등학생 그림들로 이뤄진

벽화의 움직임도 눈에 잡혔다.


걷다 타다 내리다

마포 1, 마포 2를 번갈아 거꾸로 탑승,

가려던 방향에서 반대로 가고 있었다.

지금 가도 공연은 이미 시작했고

문을 닫을 시간에 임박해졌다.

그냥 홀로 공덕 스타벅스에 들어가

옛 친구들의 노래로 멜론 플레이리스트를 구성하고 

이어폰을 꽂은 채

어느 건축가의 이십 대 시절 여행기를 읽었다.

몇 백 년 전 유럽 풍경을 훑으며

지금 모습을 궁금해 하며

책과 노래에 흥될 무렵,

친구를 만나러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벗이 지정한 대학로로 향했고

전철역 앞에서 빅이슈 빅판님을 보고

책을 한 권 구입했다.

오래 전 어느 계절 빅이슈 관련 재능기부를

했던 날들이 떠올랐고

그 시기에도 함께 했던 친구를 만나러 가며

빅이슈 책을 들고 가는 기분은 소중했다. 

거리에서 헤맨 시간 동안 문득,

어반자카파 거꾸로 걷는다

노래가 떠올랐고,

혜화역으로 가는 길에는

거꾸로 걷는다를 들었다.


그 노래 한 곡만 그렇게 그 이후 밤새 들었고,

노래에 끌린 걸까.

노래가 그 이후 시간을 좌우한 걸까.

다음날

돌아서기 아쉬워 거꾸로 걷는다

마음 찾아왔다.

돌아서기 아쉬워 거꾸로 걷는 게

마치 내 일상이나 의무인 양,

누군가들을 만났고 또 헤어지고...

주말엔 또 걸었다.

가슴으로 이해해주는 오랜 소울메이트와

머리로 공감해주는 낯선 누군가를

떠올린 시간, 다시 거꾸로 걷는 심경으로

그 모습을, 인상을, 말투를

떠올렸다.

공감에 대해 생각했고

편안한 그늘처럼 타인을 대하는 이들의

친절과 관대함을 잊고 싶지 않아졌다.

반복되는 일상은 비루하고 누추하며 권태롭기

그지 없으나,

어느 특정 만남에 빛을 발할 때만이라도

누군가에게 행복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찬란한 한때를 타인과 함께 하고픈 새벽녘,

거꾸로 걷는다를 들어야지, 생각했다.

거꾸로 걸어와 나를 만나도

환하게 웃고 있고 싶어지는 과거의 누군가들과,

내가 거꾸로 걸어 만나고픈 이들을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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