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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zzy Mar 07. 2022

계절이 지나가는 자리

<마음을 담아> 성시경(+심현보, 강화성)



이십대 초 만친구는,

"우리 엄마가 계절 타는 여자는 만나지 말랬는"

라고 심각하했다.

그리곤... 꽤 오래 만났다.

이런 사람 만나면 안 되는데, 라는

말을 많이 했.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

수없 고민하고

그 이유를 편지로, 메일로, 전화로 전했다.

그의 엄마가 쓴 이메일 받기도 했다.

세월 흘러 이미 기억에서 거의 퇴색해

버렸는데,

드라마 <그해, 우리는> 을 보면서

그 시절의 일들이 무심코 떠올랐다.

평화롭기 그지 없던 이가 한 사람으로 인해

복잡해지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이십 대 성장 시절 만남의 본질아닐까.

웅이와 연수의 러브 스토리를 보며 생각했다.

성격적으로 전혀 맞지 않을 이들이

맞춰나가는 과정. 그나마 배려가

몸에 익은 나이, 세월이 흐를수록

사람은 고집이 생기지만

이십 대 때는 어르고 달래싸우며

더 많이 성숙하는 시기인 것 같다.

나는 이십 대에 어떤 평화로운 이를 만나

느긋함에 대해 물들게 됐고

그는 나의 어수선함을 수용했다.

하지만 그렇게 성격적 분석을 면밀히

듣고  뒤로는,

아예 반작용으로

네 성격이 나인 듯 그대로 이해돼,라고

말하는 이를 만났다.

그는

계절에 나보다 더 예민한 이였,

계절이 바뀌는 시기에는 아예 집 밖에

나오지 않거나 어딘가 훌쩍 떠났다 돌아왔다.

내게 운명이라 말하던 이는

미국으로 나가 또 운명을 만나 기혼이 되어 사라졌다.

전자에게 나란, 계절을 너무 타는 이였고

후자에게는 덤덤히 계절을 견디는 이였는데,

'사람은 고쳐 쓰는  아니라더니' (?)

여전히 속으로는 계절을 타고 겉으로는 무던한 척,

겨울과 봄 사이를 보내고 있다.

겨울이 가는 길목, 2월 중순에

시내 도로변에서

파란 신호에 맞추려 전속력으로 달리다

별안간 슬라이딩으로 엎어졌고,

무릎과 입술과 얼굴을 다쳤다. 

마스크가 피로 젖었고,

다행히 롱패딩을 입어

속은 다치지 않았다.

소매가 찢겼고 입술을 바닥에 찧어 찢겼고

눈 옆을 긁히고..

무릎과 손목이 까지거나 멍이 들었다.

그 덕이랄까.

사람을 많이 만나지도 돌아다니지도

못하며 사색(?)하는 계절을 보내고 있다.

계절이 바뀌는 시점에는 계절을  심하게 앓 되는데,

문득 계절 타는 증세란 게 뭘까.

실체가 있기는 있는 걸까.

그런 건 없는 게 아닌가,

그저 영혼의 갈증에  따른

문제일 텐데, 그게 일종의 체중 조절처럼

물리적으로 비우고 채우는 과정과

비슷한 건 아닐까. 자문했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대화를 나누고

(그걸 제일 좋아하긴 한다.)

 하루를 꽉 채워

바삐 움직이고, 수없이 듣고 보고 채워도,

(채우는 걸 좋아하긴 한다.)

채워지지 않는 시간이 있는데,

그게 계절을 앓는 때인 듯했다.

밑빠진 독에 물을 붓듯, 넋놓고 붓고 있는데,

빈 데에 채워도 비기만 하는 시간.

연이어 '붓다'가 영혼이 비대하게 부어버리지만,

해탈에는 이르지 못하는 상황.

그게 간절기이자,

절을 타는 느낌 같았다.

계절의 의미도 사실 찾지 못하면서,

그 공허함을 타인으로 채우고,

걸 사랑으로 갈음해보기도 하고,

그러다 구속 받는 느낌 들거나

과거 상처가 환기되면 도망가기를 반복하고.


비움과 채움과 도망.

그 키워드가 계절 타는 시간을 결정짓는

키워드 다가왔다.


계절에 민감한 늦겨울 아니 초봄

성수동 투썸 페에 들러,

생일선물로 받은 쿠폰으로

딸기 케이크, 라떼를 시켰고

조용히 일을 하다,

집중력이 흐려질 오후,

햇살에 오가는 사람들을 보며

성시경의

<마음을 담아>를 반복해 들었다.

요사이 매일 새벽과 밤.

하루를 열고 닫을 때 듣는 음악인데,

주말 한 낮에 들어도 좋았다.

심현보가 쓴 가사는 

거의 내가 말하고 있는 듯한 기분을 주,

그게 잘자요, 라디오 디제이 성시경이 불러주면,

내 마음을 너무 아는 이가 가까이에서

위로해주는 느낌을 받는다.

게다가 팝화성인 강화성 편곡이면,

인생 BGM으로 제격이다.

바람까지 부는 날이면

강화성 편곡은 뮤지컬 주인공이라도 된 느낌에

잠기게 만든다. 봄 햇살을 늦겨울 바람이 시샘하는

3월의 첫 주말,

나는 그렇게 계절을 타는 칭얼거림을

성시경, <마음을 담아>로

지금의 시간과 교환했다.


"크게 심호흡을 하면 나을까..."

"바람에 마음을 담아 너에게로,

오늘도 안녕하길."


너인 듯 너이었다가 너가 아니라도,

너를 떠올리며 위로 받는 곡.

계절이 바뀔 때

이 노래 마음 교환.








 





성수동-화양동

마음을 담아를 들으며 삼천 보 정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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