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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zzy Apr 06. 2022

만약에 말야

조금 어렸었다면

태양이 빛의 속도(30km/s)로  지구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8분 19초라고 한다.

우연히 저녁 비행기 창가에서, 해가 바다로 사위는 장면을 보았다. 너무 짧은 시간에 벌어진 일이었는데 고개를 뒤로 돌리지 않았다면 놓치고 말았을, 소중한 장면이었다.

비행기에서 내려 석양을 반복해 보다보니, 경험과 깨달음의 시차에 대해 떠올리게 됐다.  8분 19초 이전 빛을 지금 보듯,  긴 시간 위에서도 늘 깨달음은 다소 더디게 온다는 것.

조금 더 잘할 걸.

그때 더 사랑할 걸.

덜 신경 쓰고 더 움직일 걸...


과거에는 제법 후회를 하지 않는 축에 속했으나, 나이가 들수록 혹은 생활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질 무렵이면

지난 선택에 대해 돌아보고 복잡한 감정에 젖기도 한다.

그나마 다행인 건, 또 이럴 때 정신을 차리게 되는 상상이 있는데, 그 역시 If 가정이다.

내가 만일,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내가 만일 좀 더 어렸다면?

그런 질문 끝에 다다른 생각은

어차피 뒤돌아 가도 비슷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게 나인 것 또한 깨달음의 일부라는 것...

그저, 빛이 아름답단, 보이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듯, '지금 그대로의 나' 용인하고,

지는 해(0402 KE1259) 조언 던졌다.


공항을 빠져 나와 목적지로 가는 길목에

노을의 <만약에 말야>를 김연우 버전으로 계속 다.

복면가왕에 나온 바람에, 가수도 평소완 다른 기법으로

록발라드를 부르듯 좀 더 허스키한 목소리로

목을 긁어내는 듯한 처절한 음색을 들려주었.

이 버전도 아끼지만,

사실 존재를 슬며시 감춘 그의 목소리보다

본래의 발라더 김연우를 좋아하는 것처럼,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에서도...

그리고 나를 들여다보는 시선 역시

'있는 그대로'

그 사람 그리고 나를

아는 게 행복이고, 그런 노력을 할 수 있는

가까운 사이들을

아끼고...

그때 더 사랑할 걸, 만일 더 어렸다면,

그때 우리가 만일,

이라는 아쉬움은 (문득문득 떠올릴 순 있겠지만)

해가 저토록 빨리 사라지듯

후회 섞인 미련도

쉽사리 접 게 어떨까 스스로 답했다.


https://youtu.be/ghKXL6HmQWU

복면가왕 명곡 김연우 버전 만약에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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