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나는 소비하지 않겠다)
서울에 미친듯이 쏟아붓는 비를 보면서... 기계식 주차장이 침수될까봐 자주식으로 옮겨놓고... 지하 주차장이 물로 차오르는 걸 보면서 (다행히 강남, 서초처럼 차가 침수되지는 않았다) 새삼 자연재해가 무서워졌다.
뭐 폭우로 인한 홍수와 침수만 무서운 게 아니다.
산불도, 가뭄도, 폭염도, 폭설도, 태풍도, 모든 게 다 무섭다.
증조부모 세대에는 평생 50여가지의 물건만을 소유하고 살았다고 한다. 조부모 세대에는 200여가지, 그리고 우리 부모세대까지 600여가지 물건을 소유하며 살아갔다고 한다. 그리고 현대 우리는 1만여가지의 물건으로 생활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물건을 계속 사고 바꾼다. 우리는 절대 필요한 소비만을 하지 않는다. 예뻐서 사고, 싸서 사고, 남들이 다 있으니까 따라 사고, 충동적으로 사기도 한다. 그렇게 산 물건을 당장 몇 시간 뒤에 버리기도 하고, 버린 뒤 비슷한 물건을 또 사는 식으로 자꾸만 소비해 나간다.
나는 진짜 단촐한 물건만을 소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각 계절에 맞는 옷의 가짓수를 절대 늘리지 않고, 옷 가지의 생명이 다 했을때야 새로운 옷을 구매한다. "필요"가 없는 물건이라고 생각하는 장식품, 소품은 거의 사는 법이 없지만... 그래도 각종 굿즈들에 눈길이 가는 건 사실이다.
굿즈로 가장 유명한 게 스타벅스 이지만 굿즈의 세계는 무궁무진해서 각종 기업들끼리 서로 콜라보를 맺기도 하고, 카카오프렌즈에서는 자꾸 라이언이니 춘식이니 쳐다만 봐도 귀여워 죽겠는 굿즈를 마구마구 만들어낸다.
혼자 사는 1인 가구에 많은 텀블러가 필요가 없지만 스타벅스를 갈때마다, 계절이 바뀔때마다 달라져있는 텀블러를 보면 자꾸 지갑이 움찔거리는 것도 사실이다.
모든 사람들이 다 "꼭 필요한" 물건만을 구입하면서 산다면 그만큼 소비도 줄고, 소비의 파이도 작아서 경제에 치명적이 겠지만...
너무나 많은 상품을 과잉 생산하고, 과잉 소비하고, 대량으로 버리고 처치도 못할 쓰레기가 쌓여가는 것 또한 생각해 볼 만한 문제가 아닐까.
언제부터 유럽이 폭염으로 시달렸고, 언제부터 한국에 첫번째 장마, 두번째 장마 라고 이름 붙여진 걸까.
이상기후는 더 잦아지고, 수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숨쉬고 살기 힘든 지구가 되는 모양으로 변해가는 게 너무 무섭다.
이미 모두가 정신차려도 늦은 것 같지만... 당장 나부터 굿즈는 사지 않겠다. 굿즈라도 사지 않겠다.
우리 모두 모든 것을 덜 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