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 끄기의 기술> 북리뷰; 고통을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
가끔은 모든 걸 의심할 필요가 있다.
내가 가진 생각, 가치관, 믿음, 삶의 방향까지 모두 의심해봐야 할 때가 있다.
그럴 때 읽으면 좋은 책이 있다.
이 책이 나온 건 2017년이다. 당시 미국에서만 150만 부 이상 팔리며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다. 2018년에 회사 대표님이 "젊은 친구가 썼는데, 괜찮더라"며 추천해줬지만 왠지 읽을 마음이 들지 않았다. 너무 눈에 띄는 주홍빛 표지와 애쓰지 말라는 문구가 경박스러워 보였다. 그러다 이제는 읽을 때가 됐다는 생각으로 책을 집어 들었는데, 타이밍이 아주 좋았다.
작년에 개인적으로 엄청난 일을 겪으면서 그간 쌓아 올렸던 세계관과 인생관이 흔들리는 경험을 했다. 8개월이 지났지만 지금도 여전히 고통받고 있으며, 그 일을 계기로 나와 내 삶을 탈탈 털어 전반적으로 재점검하고 있다. 특히 나의 가치관을 깊이 들여다보고 있는 중이다. 과연 내가 믿어온 것들이 정말 중요한 것이었나? 그것들이 정말 내 것이었나? 그냥 남의 생각을 덥석 물어버린 건 아니었나?
가치관을 재정립하려면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 그러다 기존의 책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줄 것 같은 마크 맨슨의 책을 빼들었다. 그는 수많은 선택지와 기회비용 앞에서 인생의 목적을 잃어버리고 가치관 혼란을 겪는 현대인들에게 깨달음을 전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밝히고 있다.
홍보 문구대로, 재밌었다! 상스런 표현에 깊이 있는 통찰을 녹여낼 줄 아는, 드문 책이었다. 상식을 뛰어넘는 자기 계발서지만, 진짜 새겨들을 말들을 담았다. 뼈 때리는 말들이 많아서 더 좋았다. 3시간에 걸쳐 책을 읽었고, 다시 10시간을 들여 줄 쳐 둔 부분을 필사하며 많은 생각을 했다. 북리뷰를 써도 혼자 간직하고 마는데, 이 책은 공유하고 싶은 부분들이 있어서 올려본다.
먼저 저자부터 보고 갈 필요가 있다. 책을 볼 때 저자가 누구인지를 꼼꼼히 보는 편이다. 그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 배경을 살펴봐야 그가 왜 이런 주장을 하는지 더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저자의 맥락을 이해하면 무작정 그의 주장에 끌려 들어가지 않게 된다.
마크 맨슨은 1984년 미국 텍사스 출생이다. 학창 시절부터 좀 엇나갔는데 무려 13살에 마약으로 학교에서 퇴학당한 전력이 있다. 대학을 졸업한 뒤에도 오랫동안 백수생활을 하며 되는대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러다 친구 조시의 죽음을 계기로 180도 다른 인생을 살게 된다. (이 이야기는 중요하므로 나중에 다시 하겠다)
6주 만에 다니던 은행을 그만두고 인터넷 사업을 시작했고, 글을 쓰면서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 블로거가 된다. 이후 가진 것을 모두 팔아 남미로 여행을 떠나기도 하는데, 이를 통해 새로운 관점을 접하며 인식을 넓혀간다.
참고로 저자 마크 맨슨은 얼마 전 한국을 여행하고 찍은 동영상 <가장 우울한 나라에 다녀왔다 I traveled to the most depressed country in the world>으로 국내에서 크게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한국이 왜 가장 우울한 나라가 됐는지 그 이유를 찾기 위해 한국을 방문하는데... 서울 곳곳을 돌아다니고, 여러 한국인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역사와 문화적 맥락을 살피며 한국의 특징을 파악한다. 열흘 머문 것치곤 매우 날카로운 통찰을 들어가 있는 데다, 자신이 발견한 것을 재밌게 & 체계적으로 정리해 놨다. 한번 보길 추천한다!
" I traveled to the most depressed country in the world"
저자는 처음부터 고통을 이야기한다. 인생에서 고통은 뗄 수 없는 것이기에 고통을 없애려는 것 자체가 고통을 유발한다고.
경제학 기본 개념 중에 '기회비용'이라는 게 있다. 기회비용은 본질적으로 당신이 하는 모든 일은, 그게 무엇이든 간에 간접적으로라도 비용이 든다는 걸 의미한다. 우리는 특별한 일을 해서 부자가 된 사람들을 찬양한다. 하지만 이런 '특별한 일'은 보통 극도로 높은 기회비용을 요구하는 법이다. -11쪽
고통 없이 얻을 수 있는 건 없다. 날씬한 몸을 원하면 땀 흘려 운동해야 하고, 글을 잘 쓰고 싶다면 매일 글 쓰는 훈련을 해야 한다. 음악가가 되고 싶다면 고된 연습과 배고픈 생활을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 즉 pay the price, 삶에 공짜는 없다. 뭔가를 얻으려면 대가를 지불하라, 그게 삶의 원리다.
모든 걸 가지려는 사람, 즉 인생의 버킷리스트를 모두 채우려 하는 사람은 아무것도 잃지 않는 인생을 살려고 하는 것과 같다. 어떤 부족함도 용납하지 못하는 태도, 모든 걸 가져야 한다는 믿음이 인생을 '지옥의 무한궤도'에 빠지게 만든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신경 끄기의 기술'이다. 이 기술은 삶의 방향을 재조정하고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게 해주는 단순한 방법이다. 이 능력을 발달시키면 이른바 '실용적 깨달음'이라는 것을 얻을 수 있다. -11쪽
여기서 실용적 깨달음이란 "삶이 늘 어느 정도 고통스럽다는 사실을 순순히 인정하는 것"을 뜻한다. 즉 삶은 대체로 엉망진창이지만, 그래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사는 것이다. 저자는 삶이 우리에게 끊임없이 던지는 고난과 고통을 받아들일 때, 우리는 비로소 천하무적이 될 수 있다며 고통을 극복하는 유일한 길은, 고통을 견디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 단언한다.
세상은 원하는 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누구든 뭔가를 얻길 원하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 이는 '역효과 법칙'이라는 재밌는 개념과도 통한다. 긍정적인 걸 추구하는 것이 부정적인 경험을 낳고, 부정적인 걸 추구하는 것은 긍정적인 경험을 낳는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고통을 이기며 운동을 하면 그 결과로 건강과 활력을 얻는다. 발표할 때 자신의 불안을 받아들이면 오히려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 힘들더라도 정직한 태도를 보이면 상대의 신뢰를 얻는다. 좋은 경험만을 하려는 사람에겐 그에 상응하는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며, 반대로 어떤 역경이나 고통을 감내하는 자에겐 역시 그만한 보상이 따르기 마련이다.
사람들은 삶이 늘 평온하고 좋은 일만 가득해야 한다는 생각 한다. 내가 바라는 대로 되어야 한다는 생각 한다. 저자는 이를 병이라고 말하는데, 이런 생각에 사로잡히면 역경, 도전, 불편, 의견충돌을 불평등, 실패, 모욕' 같은 일을 겪을 때 일종의 배신감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런 생각은 '나는 아닐 거야' 내지 '나는 특별해'라는 특권의식과 허세로도 연결되며 지옥의 무한궤도를 돌게 된다. 누구랄 것도 없이 내가 딱 그랬다. 저자 표현 그대로 지옥의 무한궤도를 돌고 있었다, 내가. ㅎㅎㅎ 나에겐 '삶'과 '자아상'에 대해 주요 가설이 있었다.
1) 인생은 아름답다.
2) 인간은 영적이고 특별한 존재다.
얼핏 보면 좋아 보이는 믿음이지만, 매우 치명적인 단점이 존재한다. 가장 큰 문제는 '고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점이다. 삶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때 & 문제를 만날 때면 이렇게 생각한다. '인생은 아름다운 건데, 이렇게 고통스러울 리가 없어.' '그 사람이 그럴 리가 없을 텐데...', '나한테 이런 일이 벌어질 리 없을 텐데...' 고통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에 문제를 회피하거나 부정하게 되고, 이는 새로운 문제를 야기한다.
저자의 말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인생은 엉망진창이라는 걸 받아들이기. 가치 있는 걸 얻으려면 그에 따르는 부정적인 경험을 극복해야 한다."는 거.
저자는 인생에서 고통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강조한다. 대신 어떤 고통을 선택할 것인지 신중하게 생각하고 선택해야 한다. 내가 선택한 고통이 나를 만들 것이기 때문에.
글 쓰는 고통을 선택한 자는 언젠가 자기만의 작품을, 책을 가지게 될 것이다.
연기하는 고통을 선택하는 자는 드라마, 영화, 연극 등에서 자기만의 무대를 가지게 될 것이다.
돈을 다루는 고통을 선택한 자는 더 많은 돈을 만지는 금융업자가 될 것이다.
어떤 고통을 원하느냐에 대한 답은 내가 어떤 '과정'을 견딜 수 있느냐에 대한 답과 같다. 다시 말하면, 어떤 일을 할 때 '힘들지만 만족감을 느끼느냐'다. 그 일을 할 때 그 사람은 행복을 느낀다. 저자는 행복에는 투쟁이 따른다는 재밌는 표현을 쓰는데, 행복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힘들지만 만족감을 느끼는 일이 내게는 '글쓰기, 코칭, 강의'다. 현재 직업적으로 하고 있는 일이며, 이를 찾는데 내 20대와 30대를 바쳤다. 이 일을 할 때 힘들지만 보람 있다. 힘들지만 다시 하고 싶고, 더 잘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이처럼 무엇을 위해 투쟁할 건가, 즉 어떤 고통을 견딜 것인가는 내가 누구인지를 규정한다.
저자가 하는 '신경 끄라'는 말은 모든 것에서 무심해지는 게 아니라, 진짜 중요한 것을 찾아 그를 위해 신경 쓰라는 뜻이다. 그러려면 중요하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는 신경 꺼야 한다. 어떤 걸 택하든 고통이 따를 것이므로 내가 마땅히 감내할 고통을 선택하는 것이 필수다. 그러니. 고통을 피하려 하지 말고 좋은 고통을 선택해야 한다. 저자는 더 나은 삶을 원하면 '좋은 고통을 선택하고 책임지며 살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을 누누이 당부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좋은 고통=좋은 가치'다.
그럼 뭐가 좋은 가치일까?
저자는 엉터리 가치 말고 진짜 가치를 택하라고 누누이 말한다. 진짜 가치는 내 통제권에 있고 더 나은 문제를 주는 것을 말한다. 성장하고 발전할 기회를 주는 걸 말한다. 쾌락, 물질적 성공, 인정은 나쁜 가치다. 내가 통제할 수 없고 딱히 이롭지 않다. 좋은 가치는 내가 통제할 수 있고 사회에 이로운 것들이다. 예를 들면 정직, 자립, 자존감, 호기심, 겸손, 창조 같은 것들.
대학 졸업하기, 10킬로 감량하기는 단기적 목표로 괜찮지만 장기적 방향을 결정하는 지침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비싼 차와 멋진 집 구입하기는 지속적인 발전과 성장의 기회를 주지 않는다. 달성하면 그만이다. 누구나 나를 좋아하게 만들기는 내 통제밖이다. 그렇다면 어떤 가치를 지향해야 하나? 저자는 삶을 변화시킬 좋은 가치로 아래 5가지를 제시한다.
첫 번째는 강한 책임감이다. 당신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책임지는 것이다.
가치를 선택했으면 그다음 생각할 것은 책임감이다. 여기서 책임은 잘못과 같은 의미가 아니다. 예컨대 내가 어릴 때 학대받은 경험은 나의 잘못이 아니다. 하지만 그 이후 내 삶을 어떻게 꾸려갈 것인지, 과거에 어떻게 대응할지는 내 책임이다.
내 문제를 내가 책임지겠다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첫걸음이기 때문에 아주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남을 원망하고 탓하고 자기 비난하는 사람들은 삶의 책임을 지지 않는 사람들이다. 남에게 책임을 돌리는 건 쉽지만, 문제 해결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책에 아주 그럴듯한 말이 나오는데, "삶에 더 큰 책임을 가질수록 삶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자신의 믿음을 맹신하지 않는 것이다.
100% 옳다는 확신을 내려놓고 언제든 실수하고 틀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자신이 옳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누구든 틀릴 수 있고 틀리는 게 당연하다. 이 세상에 절대적인 것은 없기 때문이다. 오늘 했던 생각이 내일이면 틀릴 수 있다. 인간이 나아가는 과정은 틀린 것에서 옳은 것으로 가는 게 아니라, 틀린 것에서 약간 덜 틀린 것으로 나아갈 뿐이다. 확신은 성장의 적이다. 그러니 나의 생각, 믿음, 가치를 끊임없이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살아오면서 오판에 오판을 거듭했고, 그게 자신의 삶이 개선된 이유라고 말한다.
세 번째는 실패다.
모두가 겪기를 두려워하지만 겪을 수밖에 없는 것. 결점과 실수를 발견하고 받아들임으로써 우리는 발전한다. 마이클 조던은 "난 살아오면서 실패에 실패를 거듭했다. 그게 내가 성공한 이유다"란 명언을 남겼다.
작가 팀 페리스는 70편이 넘는 소설을 쓴 소설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떻게 그렇게 꾸준히 작품을 쓰면서 영감과 동기를 잃지 않을 수 있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소설가는 이렇게 답했다. "전 하루에 쓰레기 같은 단어 200개를 쓰죠. 그게 전부입니다." 그는 쓰레기 같은 단어 200개를 쓰다 보면, 종종 쓰는 행위 자체에서 영감을 얻는다고 했다. 이걸 알기 전에는 종이에 수 천 단어를 쓰곤 했다고 한다. -185쪽
네 번째는 거절이다.
당신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하고 상대의 거절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거절을 통해 내 삶에 무엇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인지 명확히 정의할 수 있다.
요컨대 뭔가에 가치를 두려면, 우리는 뭔가에 신경 써야 한다. 그리고 뭔가에 가치를 두려면, 그 외의 것을 거부해야 한다. 즉 Z에 가치를 두려면 Z가 아닌 것을 거부해야 한다. 거부는 가치관과 정체성을 유지하는 데 필수 불가결한 요소다. 무엇을 거부하느냐가 우리를 규정한다. -197쪽
다섯 번째는 내가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을 숙고하는 것이다.
무슨 일을 하며 어떻게 살아가든 인생은 실패, 상실, 후회를 수반하고 마지막엔 죽음이 찾아온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자신의 죽음을 깊이 숙고해 본 뒤에야 비로소 다른 모든 가치를 올바로 바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가치'가 우리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표현을 바꿔가며 계속 얘기한다. 특히 무엇을 원하는지 알려면 먼저 뭘 포기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가 아니라, 내가 어떤 고통을 감내할 수 있는 건지 알아야 한다는 말에 깊이 동감했다.
내 경험에 따르면 소위 '인생의 목적'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은 항상 자기가 뭐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불평한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뭘 해야 할지' 모르는 게 아니다. 문제는 그들이 '뭘 포기해야 하는지' 모른다는 거다. - 10쪽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진짜 계기이자, 인생의 전환점은 그가 19살 때 한 경험에서 비롯된다.
당시 저자는 친구와 함께 절벽 근처의 콘도에서 열리는 파티에 참석한다. 저자가 한 여자아이에게 정신이 팔려 있는 동안 친구와 잠깐 헤어지게 된다. 친구는 술에 취해 절벽 아래 호수로 뛰어내리는데... 친구는 수영을 못하는 데다 다리에 쥐가 나 그대로 죽음을 맞이하고 만다. 저자는 좀 전까지 함께 술을 마시던 친구가 호수바닥에서 시체로 끌어올려지는 장면을 지켜보게 된다. 그날 밤 자신의 자아가 녹아버렸다는 표현을 쓴다. 그 후 저자는 몇 달간 우울증세에 시달리는데 어느 날 친구가 꿈에 나온다. 그는 친구에게 "네가 죽어서 유감이야"라고 말하자 친구는 이렇게 일침을 가했다.
"신경 꺼. 너는 사는 게 무서워서 벌벌 떨고 있잖아."
그날 이후 저자는 한 가지를 깨닫는다. 어떤 것도 해야 할 이유가 없다면 하지 말아야 할 이유도 없다. 어차피 언젠가 죽을 거라면… 두려움, 민망함, 수치심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그 해 여름 저자는 대마초, 담배, 비디오 게임을 끊는다. 록스타가 되겠다는 달콤한 상상에서 빠져나와 음악학교를 그만두고 대학에 들어간다. 체육관에 다니며 살도 엄청 빼고 새로운 친구들을 사귄다. 그리고 다음 해에는 미국 동부의 명문 대학교로 편입한다. 친구 조시의 죽음은 그의 인생을 180도로 바꿔놓았다. 그를 계기로 인생의 가치를 바꿔버렸기 때문이다.
자신이 결국 소멸하리라는 사실을 정면으로 마주해 보는 게 중요한 이유는, 그 행위가 덧없고 피상적인 엉터리 가치를 삶에서 싹 없애주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돈을 더 버느라, 명성을 조금 더 얻고 주목을 조금 더 받느라, 또는 자기가 옳거나 사랑받고 있다는 걸 조금 더 확신하느라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을 축내는 동안, 죽음은 우리에게 훨씬 더 고통스럽고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나는 무엇을 남길 것인가? 내가 세상을 떠나면 세상이 어떻게 달라질까? 나는 어떤 흔적을 남길 것인가? 어떤 영향을 남길 것인가? -227
이틀 동안 이 책을 읽고 필사하면서 나를 더 깊이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보통의 자기 계발서와 다른 공식으로 본인 생각을 전개해 가는 부분이 흥미로웠고, 무엇보다 이 책 덕분에 내가 가지고 있던 믿음을 다시 보게 되었다.
인생 자체가 이미 혼돈이라는 거,
인간 자체가 똥덩어리라는 걸 알고 시작한다면,
생각보다 그리 혼돈이진 않을 것이다.
세상이 원래 이렇게 생겨먹었다는 걸 알고 살아간다면,
사는 게 원래 고통스러운 일이라는 걸 기억한다면,
어떤 일을 겪든 그리 아프지 않을 것이다.
스스로의 생각을 끊임없이 의심하며 살아가면
남을 무턱대고 믿을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자신을 믿으라고 하는 사람일수록
고통에서 구원해 주겠다고 하는 사람일수록
깊이, 깊이 의심해야 한다.
내 삶을 책임져야 하는 건 다름 아닌, 나이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