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말이 있다.
"서울로 가는 길 천 갈래도 넘지만 길이 없다, 떠나지 않은 사람에게는."
전 조계종 고암 큰스님의 말이다. 방법을 알아도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뜻이다.
나는 이것저것 다양한 도전을 하면서 살았는데, 그러면서 시작을 굉장히 잘한다는 걸 알게 됐다. 살면서 시작을 못해서 뭘 못했다 이런 일은 하나도 없다. 일단 해보고 싶으면 다 시작해 본다. 예를 들면 무전여행을 가고 싶다? 그럼 짐 싸서 떠난다. 세계여행을 가고 싶다? 그럼 회사 때려치우고 간다. 젬베 악기를 연주하고 싶다? 그럼 배운다. 밸리댄스를 제대로 춰보고 싶다? 그럼 학원을 알아보고 등록한 뒤 배운다. 시작하는 건 너무 쉽다. 그냥 하면 되는데! (이 쉬운 걸 왜 못하나...)
그러면 사람들이 물어본다.
대체 어떻게 그럴 수 있냐, 무전여행 떠날 때 무섭지 않았냐, 회사 그만둘 때 두렵지 않았냐, 처음 배울 때 망설여지지 않았냐 등등 여러 가지를 묻는데 곰곰이 생각해봤다. 나는 시작할 때 무슨 생각을 할까? 대체 어떻게 그렇게 쉽게 시작할 수 있었을까?
내가 어떻게 그 모든 걸 시작했을까, 돌아보다 두 가지 사실을 알아냈다. 이 두 가지만 갖추면 뭐든 당장 시작할 수 있다. 잘 들어보길 바란다.
첫 번째, 별 생각을 하지 않아야 한다.
생각을 하지 않는 게 포인트다. '만약 이러면 어떨까, 저러면 어떨까'라고 생각하는 순간 걱정이란 녀석이 떠오르게 돼 있다. 왜냐, 뇌는 기본적으로 부정적이라 생각을 하면 좋은 것보다는 안 좋은 일을 떠올리게 돼 있거든. 특히 한 번도 안 해본 일이라면 더욱더 그렇다. 생각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상상하게 되고, 상상하면 겁이 나고 움츠러든다. 두렵고 공포심이 올라온다. 당연한 반응이다.
그렇기 때문에 생각을 하지 않아야 한다. 생각을 안 하면 걱정이 놀라울 정도로 줄어든다. 걱정은 미래에 대한 부정적 예측을 먹고 자라나는 감정이니까.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고, 예측한다 해도 그대로 일어날 확률이 거의 없다.
단, 예외가 있다. 만약 내가 시작하려는 일이 리스크가 있고 손실 위험이 있다면 당연히 깊게 생각하고 다각도로 예측해봐야 한다. 예컨대 주식 투자를 한다거나, 대학원에 진학한다던가 등등 이런 일은 시간과 돈과 노력을 많이 쏟아야 하는 일이므로 반드시 신중을 기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고 일상적으로 행해지는 일이라면 크게 손해 볼 일이 없다면 (뭔가를 배우거나, 혼자 어딘가로 떠나본다거나, 새롭게 블로그를 한다거나) 생각을 하지 않는 게 시작에 도움이 된다.
둘째, 뭐가 필요할지 생각해 본 뒤 가장 사소한 행동을 하나 한다.
예를 들면 여행을 간다고 치자. 그러면 뭐가 필요할까? 일단 짐을 꾸려야겠지. 그럼 가방을 하나 꺼내서 필요한 물품을 몇 가지 챙긴다. 옷가지 몇 개, 필기도구, 비상금, 지도, 핸드폰 등등. 그다음엔 뭘 할까? 짐을 추렸으면 지퍼를 닫으면 된다. 그리고 가방을 멘다. 가방을 메면 뭘 할까? 소파에 가서 드러누울까? 아니지, 현관으로 가겠지. 현관문으로 가면 뭘 할까? 신발을 신을 거다. 신발을 신으면 뭘 할까? 한 걸음이라도 걷겠지. 설령 10분 걷다 돌아오는 한이 있어도 일단 시작은 한 거다.
어떤가? 전혀 어렵지 않지 않나? ㅎㅎ
시작하는 건 전혀 어렵지 않다. 시작한 일을 지속하는 게 훨씬 더 어렵다. 지속하는 건 시작할 때와는 또 다른 것들이 필요하기 때문에. 아무튼 무언가를 시작하고 싶다면 이 두 가지를 명심하면 된다.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 지에 대한 생각은 하지 않는다. 대신 그를 하기 위해 뭐가 필요할지 생각한 다음에 가장 사소한 걸 하나 한다. 그다음은 그냥 흐름에 맡기면 된다. "머리를 집어넣으면 몸통이 따라 들어간다"는 말이 있다. 뭔가를 하나 시작하면, 그다음 일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난다는 뜻이다.
이때 끝이 어찌 될까를 떠올리기보다 지금 하는 일에 집중하는 편이 좋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한두 가지에 생각을 집중하고 그를 행동으로 이어가면 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그를 하는 과정 위에 서 있을 것이고, 포기하지 않는 한 끝까지 한다면 내가 원하는 곳에 다다라 있을 것이다.
시작이 어렵다고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문득 써본 글이다. 시작하려는 모든 분들에게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