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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이 무너진 자리에서 배운 것들

사람의 본질을 가려내는 기술

by 김글리

내 인생의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었다.
나는 사람을 좋아했고, 사람을 이해하고 싶었고, 결국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일을 업으로 삼았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내게 호기심이자 영감, 그리고 무엇보다 신뢰의 대상이었다.


배신을 겪어도 ‘그럴 수도 있지’라며 넘겼고,

상처를 받아도 사람에 대한 믿음은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어떤 일이 있어도 인간이 본질적으로 선하다는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


그러다 사기를 당했고, 모든 것이 바뀌었다.
선의로 대했던 인간에게 깊은 배신을 당하는 일은

어떤 말로도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사기 이후에 남은 것: 환멸과 무너진 신뢰


사기나 배신을 당하면 사람에 대한 믿음을 통째로 잃어버린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전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대인기피가 완전히 이해됐다.

사람이 무서워서 피하는 게 아니라, 미치도록 싫어도 대인기피가 생긴다는 걸.

낯선 사람을 보면 ‘저 사람도 나를 속이려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 적대감이 올라왔다.

인간이란 존재가 불쾌하고 위험하게 느껴지자 사람을 만나는 일 자체가 버거워졌다.


한동안 사람을 거의 만나지 않고 지냈다.

하지만 언제까지 사람을 피하며 살 순 없었다.

나는 직업 특성상 사람들을 만나고 소통해야 하는데, 내 마음은 사람을 밀어내려 하고 있었다.
이 괴리를 해결하지 않으면 앞으로의 삶이 제대로 굴러갈 리가 없었다.


내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명확했다.

"나는 다시 인간을 신뢰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을 오래 붙잡으며 생각하다, 한 인물을 떠올렸다.

칭기즈칸.

1%B4%EB%C4%AD_%C4%AA%B1%E2%C1%EE%C4%AD.jpg?type=w420 칭기즈칸 (1162~1220) 출처: 위키백과

그의 삶은 배신으로 시작해서 배신으로 끝났다.

하지만 그는 인간을 혐오하거나 완전히 불신하지 않았다.
대신 사람을 정확하게 ‘선별’하는 기준을 만들어냈다.


그가 수없이 배신당하고도 어떻게 다시 인간을 신뢰할 수 있었을까, 궁금해졌다.



무수히 배신당한 자, 칭기즈칸의 통찰


"너의 벗은 그림자밖에 없다."


이 말은 칭기즈칸 (본명 테무진)의 어린 시절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가 성장한 몽골 초원은 척박한 곳이라, 강자가 약자를 약탈하는 게 관습이었다.

9살에 아버지가 독살당하자 부족은 그의 가족은 바로 버렸고,

어린 테무진은 황량한 초원에서 굶주림과 고립 속에 매일 버텨야 했다.

가까운 이복형제마저 그의 자리를 위협하자 그는 결국 칼을 들었다.

그러다 다른 부족에게 잡혀 포로생활을 하며 들쥐를 잡아먹으며 몇 년을 보내기도 했다.


테무친은 일찍부터 인간의 잔혹함과 철저한 무관심의 세계를 뼈저리게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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