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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비난하는 자책감에서 빠져나오는 법

사기회복심리학 1

by 김글리

피해자를 수렁으로 빠트리는 자책감

나는 요즘 사기를 당했다고 사람들에게 대놓고 말한다. 그때마다 놀라운 반응을 접한다.

꼭 누군가 슬며시 다가와서 조용히 말을 건넨다.

"실은 나도 사기를 당했어요."


생각보다 사기당한 사람들이 많았다.

지인에게 돈을 뜯기거나, 빌려줬는데 안 갚거나, 폰지 사기, 보이스 피싱 등 다양한 형태로 피해를 입었다.

그런데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었다. 하나같이 ‘자책감’을 가지고 있었다. 헌데... 사기꾼이 아니라 자신을 원망하고 비난하는 건, 아무리 봐도 좀 이상하지 않는가??


사기를 당하고 몇 달이 안됐을 때다. 내 사정을 알게 된 지인이 이런 말을 했다.

"사기당하고 자책을 많이 하셨겠어요."

그때 속으로 생각했다.

'아니, 잘못한 사람은 내가 아니라 사기꾼들인데 내가 왜 자책해야 하죠?'


사기 피해자를 무너뜨리는 것은 물질적 손실만이 아니다. 내부에서 끊임없이 들려오는 날카로운 비난의 목소리다. “나는 왜 이렇게 멍청했을까?”, “조금만 더 주의했더라면…”

이 목소리는 '실수'를 '잘못'으로 둔갑시켜, 자신을 계속해서 원망하고 비난하게 만든다. 그리고 피해자가 겪는 고통의 상당부분은 여기에서 비롯된다.

피해자를 무너뜨리는 건 스스로를 비난하는 자책감, 여기에서 비롯된 수치심이다.


잘못과 실수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얼마 전 사기피해자를 또 만났다. 오래 알고 지낸 지인에게 사기를 당해 집까지 잃은 분이었다.

"너무너무 억울하고 분한데, 사기당한 게 수치스러워서 어디에 말도 못 하겠어요."


자책감이 너무 심해서 일 년 넘게 무기력과 우울에 시달리고 있다고 힘들게 고백했다.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마음이 많이 아팠다. 누구보다 그 고통을 잘 이해할 수 있었으니까. 그래서 더욱 이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피해자가 한시라도 이 지옥에서 빨리 벗어나려면 자책감에서 벗어나야 한다.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하는 자책감이야말로 내 발목을 잡고 어둠 속으로 끌어내리는 일등공신이기 때문이다. 그러자면 해야 할 일이 있다.


언어를 제대로, 명확히 구분해 써야 한다.

사기꾼의 행위와 나의 판단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하고, 내 행동이 실수였는지 잘못이었는지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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