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앞에 선 나에게

노여워하거나 서러워하지 않기를

언제부터가 경험이 많고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잘 하면 본전, 못하면 욕먹는 게 억울해졌다.

나이 많은 사람들에게 칭찬하는 건

어딘가 구린 아부같고 아양같아서

나부터도 선배들에게 최대한 말을 아꼈으면서

나이가 많은 쪽에 속하기 시작하니 마음이 변한다.

이런 게 추하게 늙는다는 건가.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진심이다.

얼마 전에 끝난 드라마 여주인공이 작가였다.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찰진 대사로  

선배 작가를 위협하며 입봉도 하고 사랑도 했다.

그녀의 나이 '이제 겨우' 서른. 질투가 났다.

나에게도 있었을까. 그렇게 반짝이던 시절이.

내 나이 서른 즈음엔,

미처 몰랐다.

주변에서 해주는 칭찬에

한없이 들떴던 아름다운 기억도 있지만

그때마다 그건 진짜 내가 아니라고,

사람들이 진짜 내 실력을 알면 실망할 거라고

지레 몸을 숨겼다.

최선을 다한 스스로를 칭찬해주지 않았고

믿지 못했고 그래서 늘 불안했다.

그러다 정신차려보니 어느새 서른 아홉.

나는 어쩜 그때의 나에서

한발짝도 성장하지 못한 채

여전히 주변의 인정과 칭찬에 목말라 하고

스스로를 아껴주지 못할까.

이래서 마음은 언제나 청춘이라는 건가?!

 

그나마 오늘의 내가

그때의 나보다 나은 점이 있다면

그래도 이제는 안다.

삶의 대부분의 문제는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것을.

그래서 가능한 덜 불안해하고, 덜 조바심내고,

스스로를 덜 원망하며 살아보려고 애쓰는 중인데,

그렇게 애쓰는 동안 차곡차곡 쌓인 감정과 생각,

상처가 한꺼번에 떠오르는 어떤 순간엔,  

뭘 어찌해야 할까.

그땐 부디 서둘러 무언가 하려고 애쓰지 않기를.

스스로를 믿지 못해

스스로를 초라하게 만드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혹시 또 바보같은 실수를 반복하더라도,

있는 그대로의 날 조금은 더 아껴주길.

늙고 병들어 가는 나를 스스로 응원하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