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타고 슥슥슥
쉬는 날 아침,
전 날 밤, 맥주에 감자전 먹고 바로 잠들어선지
알람 대신 죄책감에 눈을 떴다.
태풍 때문에 대여가 안된다던 따릉이가
다행히 오전 9시까지는 가능으로 뜨길래
양치만 하고 뛰쳐나와 상암동 회사 들려
노트북 픽업해서 다시 돌아가는 길.
평소 퇴근길엔 안 보이던 나팔꽃이
여기저기서 활짝 피어있어 자꾸만 핸들이 돌아간다.
최근에 새로 발견한
상암-난지-가양 자전거 퇴근길은,
요즘 진짜 운동 안 하는 나에게
하늘이 주신 선물 같다.
편도 50분 내외,
가파른 언덕이나 계단 없음,
6층 높이 가양대교까지 엘리베이터 운행,
보행자 신호등 완비.
따릉이 정기권 이용자에겐
그야말로 꿀이다.
초록 초록한 풀가 옆으로
산들산들 바람맞으면서
적당한 속도로 페달을 밟다 보면,
한강도 보이고
널찍한 공원도 보이고
그 옆으로 자전거 타는 사람,
그네 타는 사람,
벤치에서 멍 때리는 사람,
돗자리 깔고 누워있는 사람,
꽃 구경하는 사람,
노래하는 사람,
그 사이사이로
자지러지는 아이들 웃음소리까지 들린다.
여기가 천국이구나 싶고,
따릉이 만들어준 서울시가 고맙고,
내가 서울시민인 게 막 자랑스럽고 그런다.
언제 또 비가 올까 초조하지만
오늘은 나도 그런 풍경 중 하나가 되고 싶어
잠시 나무 밑, 자전거를 세우고 멍을 때려본다.
아 좋다. 바람.
아 좋다. 초록.
아 좋다. 물 비린내 너마저.
춤추는 담쟁이를 따라
고개를 까딱까딱.
어릴 때 자전거 가르쳐준 아빠 고맙.
집에 올 때까지 비 안 뿌려준 하늘 고맙.
아아 좋았다.
자전거 탄 오늘, 어떤 순간.
p.s: 이맘때 안 하면 손해 _ 저녁노을 챙겨보기, 자전거 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