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낙원이라 부르고 싶은 이 곳.
오랜만에 산책 겸 나들이를 가고 싶다는 나의 제안에 남편이 데려다 준 이 곳. 파주 출판산업단지에 있는 북카페 '지혜의 숲'을 다녀왔다. 사실 카페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방대한, 그리고 다양한 책들이 있어서 어색한 감이 있다. 장소도 넓어서 굳이 비교하자면 북카페 계의 코스트코, 혹은 이케아라고 해야 할까. 웬만한 작은 지역 도서관만큼 혹은 훨씬 더 많이 책들이 비치되어 있고,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오늘은 주말이라 어린이를 대동한 가족 단위의 손님들도 많이 보였다. 다 둘러보지 못해서 어린이 서적이 꽂혀있는 서가는 보지 못했지만 만약 있다면 정말 좋은 가족 나들이 장소가 아닐까?
대부분 교수나 방송국 PD 등 개인이 기증하거나 각 출판사나 단체에서 기증한 책들이다. 그 덕에 각종 법전이나 법학책, 철학 서적을 포함한 전공 서적들도 많을 뿐 아니라 영어 원서나 일본 원서들도 많았다. 사진은 찍지 않았지만 제일 인상깊었던 섹션은 어느 지질학 교수이었던 분이 1960년대(혹은 그 전)부터 최근까지 모은 National Geography 전권이 책장 8칸(그러니까 일반 책장 하나 가득 채울 만한 분량)을 빽빽하게 채웠던 것이었다. 개인 소장이다보니 수십 년의 세월을 보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보관 상태도 매우 좋았다.
당연히 밖으로는 가지고 나가지 못하며, 기증자 위주로 배치되어 있다 보니 원하는 책을 바로 찾아보기에는 어렵다는 점이 도서관과 다른 점이다. 하지만 각 출판사에서 선호하거나 전문으로 다루는 장르가 있는 경우 의외로 쉽게 찾을 수도 있다. 다만 궁금한 점은 천장 가까이에 있거나 키가 닿지 않는 책들은 어떻게 읽는지 궁금했다. 분기별로 책의 위치를 바꾸려나?(남편은 그럴 리 없다고 대답했다.) 사다리는 왜 없는지 살짝 아쉬웠다.
책을 많이, 그리고 자주 읽는 편은 아니지만 책이 마구마구 꽂혀있는 서점이나 이런 곳에 오면 그냥 막 흥분되고 기분이 좋다. 제목을 훑어보던 와중에 내 눈에 꽂힌 한 책이 있었다. 김우창 님의 '성찰'이라는 책. 신문 칼럼으로 쓰신 글들을 엮어서 낸 이 책은 살짝 구경했는데도 강렬하게 소장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또 눈길이 갔던 책은 '사유하는 구조'. 남편이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어하는 성향이라 사람 많은 오늘은 어느 책도 차분히 읽어보지 못했지만, 다음 평일에 오기를 기약하며 아쉬운 발길을 돌렸다.
북카페뿐 아니라 평일에는 정보도서관도 개방한다. 아주 넓은 장소 가득히 높은 천장까지 닿는 책장 가득 빼곡히 채워진 책을 보고 있노라면 '지혜의 숲'만큼 어울리는 이름이 있을까 싶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한번 들르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