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ISE리제 Jan 30. 2018

바깥은 여름

겨울에 시린 겨울책을 읽었다



드디어 책 한 권을 다 읽었다. 마음 먹은 지 10일이 걸려서다.


제목은 "바깥은 여름". 산뜻한 민트-하늘색 표지에 '여름'이라는 단어에 이끌린 것은 단지 추위에 지쳤기 때문이었다. 따뜻하면서도 상쾌한 여름 바다를 떠올리며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선택했다. 그러나 내 기대가 얼마나 깃털같았는지는 아주 짧은 시간이 걸렸다. 장편이 아니라 단편 모음집이었고, 가벼움과 거리가 먼 무거운 이야기였으며, 결정적으로는 여름 이야기가 아니었다.


바깥은 여름, 그러니까 안은 겨울이었다.


책은 무언가를 잃어버린 사연들로 가득했다. 사랑하는 사람, 마음 속의 어떤 것, 언어로 대표되는 삶의 많은 부분. 그 중에서도 사람의 죽음은 공통적으로 다루어지고 있었다. 죽음과 겨울. 죽음은 누군가의 체온을 상실한다는 점에서 필연적으로 겨울. 삶의 온도가 계절로 표현될 수 있다면 말이다.


추위는 소외로부터도 비롯된다. 무언가를 상실한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어떤 삶의 굴곡에서 드리워지는 그늘 아래 있게 된다. 사실 상실보다도 우리를 더 오래 춥게하는 것은 소외라는 그늘인지도 모른다. 슬픔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 쉽게 판단해버리는 사람들로부터 더 얼어붙는다. 삶이란 그야말로 필연적으로 주관적이므로, 그늘이 추우면 추울 수록 바깥은 여름.


가벼운 마음으로 펼친 책이었는데 예상치 못한 공격에 하마터면 공공장소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 하였다. 아버지에 대해, 어머니에 대해, 배우자 혹은 애인에 대해, 자녀에 대해, 애완견에 대해 그리고 문화 또는 정체성에 대해 한 번쯤 돌아보고 마음 한 쪽에 먹먹해지도록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대 그림자는 어떤 모습인가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