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요, 나 예민해요. 그것도 엄청!!!!
예민함도 장점이 될 수 있을까?
"언니 진짜 예민했지ㅋㅋㅋ"
동생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내가?? 내가??? 예민하다고????
그 말을 듣고 가장 먼저는 당황스러웠고
'너 이쨔식 나를 그렇게 생각했구나'하는 생각이 들어서 "아니 내가???"를 몇 번이나 되물었었다.
그러나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작은 소리도 엄청 크게 느끼고,
스스로도 엄살이 심한가 싶을 정도로 통증도 잘 느끼고, 사람이 많고 혼잡한 장소에서는 금방 HP가 줄어들어서 좀 쉬어야 하는 사람이 나니까.
어디 그뿐인가.
영화에도 너무 감정이입을 하는 나머지,
보고 나면 기운이 없어서 데이트할 때는 영화도 안 보고,
세상 소식이 궁금해서 보는 뉴스도 마음 아픈 소식이 나올까 봐 경계하며 보니 말이다.
인정할 건 인정해야겠다.
그래, 나 예민하다! 그것도 엄청!!!
그런데 우리가 예민하다는 말의 뜻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지나치게 날카롭다'는 사전에서 두 번째에 나오는 의미이다. 첫 번째 의미는 '무언가를 느끼는 능력이나 판단, 분석하는 능력이 빠르고 뛰어나다'이다.
예민하다는 말에 날카롭다는 의미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닌데
왜 나는 '날카롭다'에만 방점을 찍고 있었을까?
나는 날카롭기도 하지만 정보에 대한 판단, 분석 능력이 좋은 편이기도 하다. 작은 조각을 가지고도 전체 그림을 예상하는 것이 수월한 편이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듣고 공감하는 능력이 좋은 편이다.
덕분에 라디오 리포터를 할 때는 감정 표현이 많지 않은 40대, 50대 아저씨들을 인터뷰하면서도 그들을 엉엉 울려버릴 수 있었고, 그 인터뷰를 듣는 청취자들까지 눈물짓게 했다.
라디오 DJ였을 때는 그 능력 덕분에 따뜻한 방송을 한다는 피드백을 자주 들을 수 있었다.
라이프 코치인 지금은 나의 예민함이 가장 빛을 발한다.
코칭에서는 고객이 하는 말을 귀로만 듣지 않고 오감, 육감으로 듣는 자세가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나는 듣기만 하면서 가끔 필요한 질문만 할 뿐인데 나랑 대화하면 답이 정리되는 느낌이라는 피드백을 자주 받는다.
예민함의 최대 수혜자이면서도
그 예민함을 인정하지 못했고, 사랑하지 못하고 있었다.
예민함이 내가 생각하는 나의 이상적인 모습에 속하지 않아서 그렇지, 그 어떤 말보다 나를 가장 잘 나타내 주는 말이라는 것을 이제는 잘 안다.
예민한 감각으로 나를 다시 돌아봐야겠다.
혹시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애써 무시했던 마음 조각 중에 또 나를 표현해줄 수 있는 조각이 있을지도 모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