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쇼 <우리 안의 악마>를 읽고
우리는 자주 타인의 '악'과, 자신 내면의 '악'과 마주한다. 특히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회사'라는 집단에서는 다양한 악함을 볼 수 있다.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하는 마음에서 오는 위선, 갈등을 겪고 있는 동료에 대한 미움과 분노, 상사를 대하는 앞과 뒤가 다른 이중성, 일상화 된 험담과 자리합리화, 스스로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배신과 거짓말의 항연. 나는 이런 순간들이 늘 괴로웠다. 인간은 결국 결정적인 순간에는 이기적이고 악한 선택을 하는 존재라는 것을 매순간 마주하고 재확인 하면서도, 그것을 온전히 받아들이지는 못했다.
그동안 '악'을 특정 개인이 지닌 특성으로 바라봤기 때문에 그토록 괴로웠다는 것을 줄리아쇼의 <우리 안의 안막: 어두운 인간 본성에 관한 도발적인 탐구>를 읽고 깨달았다. 줄리아쇼는 악을 외면하기보다는 그것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만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악'으로 분류하는 것들을 심리학/신경학적 관점으로 바라보고, 사실 모든 인간 내면에 '악'한 면이 있으며, 작고 크게 행하는 악한 선택들에 대해 이야기 한다.
다양한 범죄사례와 심리학 실험들, '악'에 대해 논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전쟁과 히틀러에 대한 이야기, 모든 인간이 악해질 수 밖에 없는 과학적 논리들을 읽고 나면 '나라고 별 수 없겠다' 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든다.
평소 다정하고 선한 사람들도 악함을 자극시키는 실험조건에 들어가면, 악한 행동을 한다. 사람이 변한것인가? 아니다, 상황이 변한 것이다. 악한 결과가 나오는 실험에 있어 인간이 아닌 '상황'이 변수인 것이었다. 오랜 세월동안 해 온 '인간은 선한가, 악한가? 왜 악한가'라는 질문은 더이상 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 '인간을 선하게 만드는 상황, 악하게 만드는 상황은 무엇일까?' 라는 질문을 더 많이 하는 것이 실용적일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을 상황탓을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선함과 악함, 도덕과 윤리에 대한 역치와 가치는 개개인마다 다르고, 같은 상황에서도 다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분명 존재한다. 또는 상황 자체를 바꿔버리는 용감하고 현명한 이들도 있다. 이 글이, 이 책이, 과거 자신의 악한 선택을 상황탓으로 돌려버리는 자기합리화의 도구가 되지 않길 바란다. 악한 선택을 하는/했던 것보다 더 최악의 못난 짓은 그것을 자각하지 못하고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 아닐까?
맘 속에 저장한 문장들
인간의 행동 중에는 얼핏 보아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도 없고, 이해해서도 안 된다고 여겨지는 것들이 있다. 이런 행동에 대해 우리 모두가 좀 더 잘 파악한 상태에서 토론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알지 못하면 그저 이해할 수 없다는 이유로 타인을 비인간화하고 평가절하하기 쉽다. 우리는 악하다는 꼬리표를 붙여놓은 존재를 이해하려 노력할 수 있고, 또 그래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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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저질렀던 남들에게 알려지면 평판이 나빠질 법한 행동을 떠올려보자. 그다음에는 세상 모든 사람들이 그 사실을 알고 있으며, 그 일로 당신을 재단하고, 당신을 부를 때마다 그 행동을 떠올리는 별명으로 부른다고 상상해보자. 기분이 어떨까?
내가 가장 후회하는 행동 하나로 세상이 나를 평가하기를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매일 타인에게 이런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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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이 비열하다고 여기는 일들을 우리 모두 종종 생각하고 또 행동에 옮기다는 사실을 인식하면 악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세상 어딘가에는 분명 당신을 악하다고 생각할 사람이 있다. 당신은 육식을 하는가? 금융업계에서 일하는가? 혼외 자식을 두고 있는가? 이런 것이 당신에게는 정상적일 일일지 몰라도 누군가에게는 정상이 아니며, 심지어 용납할 수 없는 부도덕한 행위로 여겨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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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개인이 저지른 잘못 하나로 복잡한 경험의 총제인 인간이 갑자기 단순해지는 것이 아닌데도 우리는 그 점을 쉽게 잊는다. 사람을 단 하나의 행위만으로 정의해서는 안 된다. 누군가가 한때 사람을 죽이기로 결심한 적이 있다고 해서 그를 살인자로 부르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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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이 악하다고 여기는 사람들과 당신 사이의 유사성을 살펴보고, 당신이 비판적인 태도로 그들을 이해할 수 있게 돕고 싶다. 과학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을 통해 인간의 어두운 면을 더 잘 들여다볼 수 있게 돕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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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우리가 생각하는 도덕성 개념에 변의를 일으키곤 한다. 복잡한 산업과 유통 과정에서 돈은 완충제로 작용하여 소비자와 제품을 연결해준다. 그런데 여기서 돈은 인간이 매우 비윤리적인 행동을 하게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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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나쁜 일을 하고 있으면 그 일은 사실 그렇게 나쁜 행동은 아닐 거야. 그렇지 않아?' 바스티안과 로만은 '육신이 계속되는 이유는 고기를 먹는 사람들에게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신의 이득을 지키기 위해 이런 이기적인 행동을 합리화할 방법을 찾게 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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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하는 말과 행동이 서로 다를 때, 혹은 서로 모순되는 믿음을 갖고 있을 때 심리학작들은 이것을 인지부조화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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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자신이 행동, 신념, 태도 등에서 전반적으로 일관성이 있다고 믿지만 사실은 제멋대로 굴 때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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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소비재 생산 뒤에 고통이 숨어 있음을 알고 나면 마음이 불편해지지만 동물이나 사물을 사물화해서 그런 불편한 마음을 덜어내고 나면 아주 쉽게 잔인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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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가난이 커다란 고통을 야기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부를 나누기보다는 비싼 신발을 한 켤레 더 산다. 또한 아동 노동 혹은 열악한 작업환경에서 이루어지는 성인 노동에 근본적으로 반대하면서도 계속해서 할인 판매점에서 물건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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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자신의 연약한 정체성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이 윤리적으로 일관성 있는 사람이라는 환상을 유지하기 위해 어둠 속에 머문다. 우리는 사회를 다듬어 자신의 불편한 마음을 최소화하고, 자신의 일관성 없는 모습을 상기시키지 않는 사회로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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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누군가를 다른 누구보다 경제적으로 더 가치있다고 말하거나 생각하면, 가치가 덜하다고 여겨지는 사람을 비인간화하거나 차별하기가 더 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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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납치, 감금, 착취하면서 동시에 자신을 좋은 사람이라고 믿으려면 인지 부조화가 분명 엄청날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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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회사는 이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덜 주어도 정당하다고 느낀다. 어쩌면 이런 사업주 중 일부는 노예주와 별반 차이가 없을지도 모른다. 현대판 노예제에서 다른 형태의 착취로 넘어가보자. 노동자들을 함부로 대하거나 쥐꼬리만 한 임금을 주는 것을 어떻게 정당화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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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세상에 대한 믿음이 존재하는 이유는 우리가 자신의 운명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싶고, 그렇지 않은 세상은 위험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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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하고 싶지 않은 일에서 빠지려고 거짓말을 하고, 더 좋은 사람으로 보이려고 성격이 좋은 척하기도 하고, 동료들에게 악의적으로 굴기도 하고, 질투하는 사람의 불행을 고소하게 여기기도 하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무언가 훔치기도 하고, 직권을 남용하기도 하고, 앞서가려고 부정행위를 하기도 한다. 여러 면에서 비즈니스는 인간이 경험하는 세상의 축소판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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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기가 다른 집단의 구성원들을 차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우리의 행동을 보면 사실은 특정 믿음이나 고정관념을 옹호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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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얼마나 많은 돈을 벌 수 있는지뿐만 아니라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에 관한 질문도 던질 필요가 있다. 괴물 같은 포식자 기업이 되지 않으려면 기업이 인간, 동물, 지구를 대하는 방식에 혁명적인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정신이 바짝 들게 하는 좋았던 문장들이 많은데, 다 적으면 책 전체를 필사하는 꼴일 것 같아서 이만 줄임